2019-04-08 01:25 (월)
허용된 공동·복수 학위제, 시행까진 가시밭길
허용된 공동·복수 학위제, 시행까진 가시밭길
  • 권병유 기자
  • 승인 2019.01.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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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14일 부산대 광장에 4200명의 재학생이 모였다. 같은 달 5일 부산대 측이 진행한 국내외 타 대학 간 공동·복수 학위 과정 운영 설명회에 반발로 학생총회를 연 것이다. 또한, 인천대, 단국대 재학생들은 작년 12경인지역총장협의회의 경인지역 복수학위제 추진에 반대하며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이처럼 공동·복수학위제를 도입하려는 대학 당국의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반발로 난관을 겪고 있다.

조하은 전 인천대 총학생회장이 복수 학위제 관련 행정 절차에 반발해 작년 12월 1인 시위를 했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학위제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고용시장과 산업구조가 융복합 인재를 원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이 기존보다 유연한 학위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단일 학교 내에서의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으론 교육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복수학위제와 공동학위제가 등장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성은 정책연구팀장은 기존의 학위제가 문제가 있어서 새로운 방식의 학위제가 나온다기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재육성의 제도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학위제는 여러 학교의 공동명의로 하나의 학위를 수여하는 학위제다. 국내 대학 간 공동학위제는 20121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해졌다. 복수학위제는 정해진 이수 조건을 달성하면 본 소속 대학과 타 대학의 학위를 모두 받는 제도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위 남발이라는 이유로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제를 막고 있었지만, 20175월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복수학위제를 국내 대학 간에도 허용했다. 두 제도가 허용된 이래로 일부 대학에서 도입을 추진했지만, 모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래픽ㅣ이선실 디자이너

 

  서열 타파 표방한 국립대학 공동학위제

  공동학위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립대학 공동학위제로 계속 언급됐다. 국립대학 공동학위제가 시행되면, 각 국립대가 지리적으로 구분돼도 행정적으로 동일한 체제를 갖춰 공동입학과 공동학위 수여가 이뤄진다. 그 목적은 대학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방국립대를 서울 상위권 대학 수준으로 올려서 대학의 서열화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등 전국 9개 국립대가 이 제도의 대상이다.

  교육부 측은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립대학 공동학위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안이 있진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산대 측이 작년 125일 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학사 교육과정 개편 설명회를 열어 공동학위제를 도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보이자 관련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비민주적인 학칙개정 반대 결의안을 핵심 안건으로 시험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4200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해당 안건은 찬성 4184, 반대 및 기권 37표로 가결됐다. 부산대 조한수 총학생회장은 학교의 일방적인 학사행정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기 위해 많은 학생이 힘썼다고 말했다. 이후 부산대 측은 총학생회와 공동·복수학위를 포함한 학사과정, 학사제도 개선 운영을 학생들의 의견반영 없이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맺었다.

  부산대 측은 학사과정에서 국내 타 대학과의 공동·복수학위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한다는 의견을 모았다현재로서 학부에 관련한 계획은 없지만 대학원 과정의 공동·복수학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대학 공동학위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실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성은 팀장은 우리나라 대학 서열화는 국립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의 집중화 현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대학 서열화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학적으로 서열화 타파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주호(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적당한 수준의 서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자원 공유 의도는 좋지만... 학생들 반발해

  타 학교의 수업을 접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는 각 대학의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공유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박주호 교수는 교육자원을 공유한다는 맥락에서 복수학위제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경인지역 복수학위제역시 다양한 융복합 교육환경 제공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경인지역 복수학위제는 인천대, 단국대, 성결대 등 경인 지역 14개 대학이 함께 계획했다. 시행될 시, 본 소속 대학에서 4년간의 교과과정을 마치고 타 대학에서 1년을 이수한 뒤 두 대학의 학위를 모두 수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인지역 복수학위제도는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0181월 초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경인지역 대학 간 상호 교류·협력에 관한 업무협력 협약에 따라 복수·공동학위제도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20181127일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는 경인지역 14곳의 대학 총장이 참석해 학생과의 협의 없이 복수학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인천대, 단국대, 명지대 자연캠퍼스 등의 총학생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설문조사, 1인 시위, 단체 집회, 포스트잇 운동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주된 주장은 충분한 학생 의견수렴 없는 학교 측의 일방적 학위제도 추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단국대 비민주적 학사행정 규탄대회의 황동준 대표는 “2018년 한 해 동안 학교 측의 비민주적인 행정처리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대 조하은 전 총학생회장은 매년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졸속 학사행정 개정이 있었으며 대학본부는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해 약속했다하지만 당시 상황 모면을 위한 행동이었을 뿐 또다시 재발했고 이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던 인천대, 단국대, 한국항공대, 명지대 등은 14개 대학 중 입결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교에 속한다. 이에 학벌주의 아래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려고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이에 인천대 조하은 전 총학생회장은 일부 학생들이 입결을 문제 삼으며 복수학위제 반대를 주장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입결을 떠나 본교 학생들처럼 4년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생에게 학위를 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주도 대학이었던 인천대를 비롯한 단국대, 명지대, 한국항공대는 복수학위제 도입을 철회한 상태다. 인천대, 단국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인천대 측은 구체적인 대학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추진할 계획은 가지고 있다진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뒤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공동·복수학위제의 가능성은 열렸지만, 현실에 적용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학생들의 수용에서부터 막혀있다.

 

글ㅣ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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