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11:29 (토)
[기고]고등교육의 쇄신에 국가적 아젠다가 맞물린 난제
[기고]고등교육의 쇄신에 국가적 아젠다가 맞물린 난제
  • 고대신문
  • 승인 2019.01.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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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과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과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개혁을 둘러싼 논쟁들 중에서 역사적 연원이 깊으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이다. 이 제도 개혁의 최종 목표는 공동학위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공립대학을 통합하는 제도의 완성은 바로 교육의 투입 부분에서의 공동입학과 교육의 결과로서 공동학위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과도한 입시경쟁,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 고등교육 부문이라는 점에서, 이 방안은 나름대로의 개혁적 명분이 있다. 현재 초중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 개선이나 입시제도 변화와 같은 소프트한접근이 우리 교육생태계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에 노동시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고등교육 부문을 개혁하는 방안은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맥락에서 1990년대부터 한국교육을 근본적인 방식으로 개혁하자는 담론이 바로 서울대 폐지론이다. 다소 과격해 보이며 자극적인 이 주장이 오랜 동안 논의를 거치면서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로 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제도권 바깥 교육운동의 차원에서 촉발된 이 방안이 정치권 내로 수용된 것이 공동학위제도이며 이는 현 정부가 야당시절부터 제안해 온 일관된 고등교육 개혁정책이기도 하다.

  2012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이 추진하고자 했던 국립대 공동학위제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이 제도의 윤곽을 잘 보여준다. 이 정책안은 서울대와 9개 지방거점 국립대학(경북대, 강원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이 연합 체제를 구축해 공동 선발기준에 따른 입시, 입학 후 교육과정의 교류, 공동학위제를 통한 졸업 등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안을 통해 겨냥하는 정책적 효과는,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유도하고 대학의 과도한 서열화와 학벌주의를 지양하며 학생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여 지방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서울대가 법인화 되면서 국립대 공동학위제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20176, 9개 지역거점국립대가 연합 국립대체제를 교육부에 제안하기로 하면서 현재의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9개 국립대들은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칭을 통일하고 신입생 공동선발을 추진한다고 천명하였다. 이 방안은 애초에 전북대와 제주대가 국립대학혁신지원사업(PoINT) 유형II(대학 간 혁신) 사업에 신청한 안을 교육부가 전체 지역거점국립대로 확대하자고 제안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를 둘러싼 현재 논쟁의 대상은 바로 이 안을 둘러싼 것이라고 해야 옳다. 이미 이 안을 기초로 201812월 부산대가 국내의 타 대학과의 공동학위제를 도입,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자 학생들의 반발이 극심하게 등장하였다.

  한편 연합 국공립대 체제의 제도적 모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이며, 그 체제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것이기도 하다. 이를 둘러싼 쟁점과 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사항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정책 제안을 주도했던 9개 지역거점국립대에서 제외된 지방 중소대학들의 반발이다. 이미 작년에 전국 19개 중소 국립대학이 모인 지역 중심 국공립대기획처장협의회, 지역거점 국립대학 중심의 정책이 지역의 중소 대학을 소외시키는 지역 불균형정책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실제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흡사 자연재난에 준하는 위기 상황을 앞두고 신입생 선점을 둘러싼 싸움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애초의 국공립대 공동학위제의 제도적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둘째, 고등교육의 재정 지원 문제이다. 고등교육의 질은 불가피하게 재정적인 지원에 달려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2018학년도 고등교육의 예산은 94,417억원으로 OECD 주요국의 GDP 평균 대비 공교육 비율에 한참 떨어진다. 따라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체제가 출범하게 되면 현재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으로는 제대로 작동되기 힘들다.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의 교육비 투자에 비해 열악한 국공립대학의 재정에 투자할 규모는 현재보다 훨씬 파격적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에 현재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과 같은 법적, 제도적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의 확대를 통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학서열화 극복 문제이다. 9개 지역거점국공립대 공동학위제의 범위를 사립대로 확대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대학서열화는 근본적으로 지양되기 힘들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안에 대해 냉소적인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제도가 낳는 정책적 효과에 대해 비관적인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9개 국공립대학들이 공동학위제를 통해 리그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고등교육 지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리그에서 빠진 서울대의 변함없는 기존 위상을 정점으로 하여 수도권 명문 사립대-수도권 사립대-9개 지역거점국공립대-지역 명문 사립대-지역 중소대학-지역 중소 사립대... 등과 같은 새로운 피라미드가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다.

  넷째, 각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 문제이다. 이미 작년에 한국대학교통합 안이 발표된 직후에 지역 중소대학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거센 비판이 있었다. 전자가 대학들 간의 갈등이라면 후자는 개별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학생들의 저항이다. 이에 당사자들 간의 의견 수렴과정이 필수적이며 그 최종적인 목표로서 사회적 대타협 수준의 합의가 요구된다. 이것이 어려운 과정이라는 점은 다른 사회 분야에서 사례가 증명해왔다. 이러한 갈등은 제도적 수혜와 소외라는 각 대학 나름의 이해타산으로 인한 것이며, 아울러 기존 대학서열의 관습적인 기득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학생들의 불안감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그 합의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의 교육병폐를 극복하는 방안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라고 평가되는 고등교육 부문에서의 국공립대 공동학위제가 지금까지 컨셉 차원으로만 제안되다가 최근 실현을 위한 진통을 시작하였다. 이 안은 대학지형의 구조적 변혁이라는 하드웨어 차원과 대학 간 교육과정의 균질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차원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정책적 장애물은,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 차원의 독립변수가 교육제도로서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를 궁극적으로 규정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는 교육정책을 초월하는 국가 아젠다 수준의 사항이기에 더 꼼꼼하고 면밀한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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