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경북 상주시에서 도사견에 물린 개 주인이 사망하는 등 대형견에 물리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321일부터 반려동물 안전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맹견 입마개 의무화, 맹견 소유자 교육 등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품종보다 개체 특성이 더 중요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이다. 해당 품종들은 오랜 시간 투견, 경비견으로 길러져 힘과 체격이 뛰어나 물리면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농림부 측은 독일, 호주, 싱가포르 등 해외의 맹견 기준을 많이 참고해 맹견 품종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종들은 올해 321일부터 외출 시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견주는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정된 맹견 품종이 일으킨 사고보다 일반견에 의한 사고가 더 빈번해 현재의 맹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진돗개나 소형견에 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5개 품종만 통제하는 것은 사고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우연수(문과대 사학18) 씨는 우리 사회는 아직 자발적으로 반려견을 통제하는 인식이 부족하다“5개 품종 외에도 다른 사나운 품종은 맹견으로 지정돼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의 공격성은 품종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며 맹견 품종을 확대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이혜원 원장은 어떤 종이든 사회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개는 공격성을 보이기 마련이라며 더 이상의 맹견 범위 확대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특정 품종을 맹견으로 지정하고, 이에 속한 개들은 공격성이 높다고 단정 짓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맹견 품종이더라도 개의 성격은 제각각이라는 이유에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개의 공격성은 종이 아니라 개체의 특성이라며 어떤 종이 다른 종에 비해 공격성을 많이 보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품종을 기준으로 맹견 여부와 공격성을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개를 품종이 아닌 개체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영국은 동물등록제를 통해 전 동물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동물의 보호자 정보, 개의 성향, 사고 이력 등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동물권 행동 카라 정책팀 김현지 팀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동물등록률이 굉장히 높아 등록된 동물의 사고 이력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우리나라도 모든 동물을 등록하고 개별 동물을 관리할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농림부 측에서도 공격성 평가 제도를 도입해 맹견 외에도 관리가 필요한 개별 개체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입마개 착용, 피할 수 없다면 훈련해야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13조의 2(맹견의 관리)는 월령 3개월 이상인 맹견과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시키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이동 장치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 정부가 체고(어깨뼈에서 앞발이 지면에 닿는 곳까지의 높이) 40cm 이상인 개는 외출 시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견주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내놓은 대안이다.

  하지만 개에게 입마개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우려도 있다. 입으로 체온조절을 하는 개가 입마개를 착용하면 호흡곤란이 오거나 체온을 조절하지 못해 쇼크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정광일 소장은 입마개는 자유로운 호흡을 막기 때문에 개에게 위험하다오히려 공격 성향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맹견과 외출 시 입마개를 착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상황에서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맹견이더라도, 산책 도중 움직이는 물체에 위협을 느껴 방어적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맹견이 입마개를 착용할 경우 사람들에게 이 개는 안전하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혜원 원장은 입마개는 맹견과 반려인, 비반려인이 공존하기 위한 대안이라며 입마개가 사고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필요하다면 착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맹견이 자유롭게 호흡하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구멍이 많이 뚫린 입마개를 사용해야 한다. 이혜원 원장은 꽉 끼는 입마개는 동물 병원에서 치료할 때 잠시 씌우는 용도라며 그런 입마개를 일상생활에서 착용시키는 것은 당연히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도 맹견에게 발열, 호흡, 급수가 원활한 입마개를 착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입마개 적응 훈련을 실시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다. 정광일 소장은 맹견의 입마개 착용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입마개 착용 훈련을 통해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개도 보호자도 배워야사고 막는다

  맹견 사고를 예방하려면 보호자는 기본적인 펫티켓부터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자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가 다수다. 김현지 팀장은 반려견과 외출 시 반드시 목줄을 착용시키는 등 성숙한 반려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개 물림 사고는 단순히 맹견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올해 321일부터 맹견 소유자를 대상으로 동물보호법, 맹견의 특성과 사육 방법, 안전관리방법 등을 연간 3시간 이상 교육해 인식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모든 맹견 소유자가 지자체에 맹견을 등록하지 않아 의무교육 대상에 대한 정보 수집이 어려운 탓이다. 농림부 측은 맹견을 등록한 견주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아직 등록하지 않은 맹견 소유자에게는 다양한 홍보매체를 통해 의무교육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인터넷 강의로 진행돼 맹견 관리 능력이 제각각인 보호자들이 훈련 방법을 완벽히 체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주 대표는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독일처럼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개를 키울 자격을 부여하는 등 반려인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맹견이 사회화 훈련을 받아 보호자, 다른 사람, 동물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하도록 견주가 돌볼 필요가 있다. 보호자의 지시에 순응하고, 외부의 자극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불필요한 상황에서 공격성이 발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혜원 원장은 맹견 품종에 물려 크게 다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포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맹견을 잘 교육하고 통제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맹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한솔 기자 delta@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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