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몸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맹견을 마주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저 개가 나를 물지 않을까두려워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잘 훈련받은 맹견은 불필요한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맹견이 안전한 애견이 되려면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할까.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이삭애견훈련소의 맹견 훈련 현장을 찾아가 봤다.

 

  함께하기 위한 사회화 훈련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날에도 이삭애견훈련소는 훈련받는 개들로 가득했다. 맹견 품종인 로트와일러 태풍이도 김훈식 팀장과 함께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태풍이는 이제 10개월이지만 몸집이 크고 근육이 발달해 첫인상이 위협적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 처음 본 사람에게도 곧잘 꼬리를 흔드는 등 차분한 모습이었다. “맹견 품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나운 건 아니에요. 생후 3개월 정도부터 교육하면 일반견과 마찬가지로 순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태풍이도 사회화 훈련을 잘 받은 덕분에 친화력이 좋은 편이죠.”

로트와일러 '태풍이'가 목줄을 착용하고 산책훈련을 하고 있다.

  먼저 태풍이는 목줄을 착용한 채로 김훈식 팀장과 운동장을 거닐었다. ‘앉아’, ‘기다려라는 간단한 명령에 따르고 간식을 받는 것으로 몸풀기를 끝냈다. 본격적인 훈련은 보호자와 눈을 맞추는 연습으로 시작됐다. 특히 맹견은 보호자와의 눈맞춤을 통해 외부로의 관심을 차단해야 한다. 주변을 경계하는 성향이 강해 외출 시 움직이는 물체에 위협을 느끼고 달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시선이 항상 보호자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주인 외의 다른 사물에 관심을 두지 않아야만 외부의 자극에도 덜 예민하게 반응하거든요.” 김 팀장이 태풍이의 목줄을 잡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잠시 전화를 받는 동안에도 태풍이의 시선은 계속 그를 향해 있었다.

  보호자가 아닌 사람과 교감하는 법도 교육한다. 김훈식 팀장이 태풍이를 이끌고 다른 훈련사 주위를 한참 맴돌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또한, 사람이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김 팀장이 엎드려!”라고 말하자 태풍이는 바닥에 바짝 몸을 붙였다. 다른 사람이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을 때까지 잠자코 엎드린 채 꼬리를 흔들 뿐이다. “사람은 올라타거나 달려드는 대상이 아니라 앉아서 혹은 엎드려서 기다려야 하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거예요. 또 행인들이 맹견의 외양 때문에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얌전히 기다림으로써 사나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죠.”

 

  입마개 착용은 천천히, 조금씩

  한쪽에선 또 다른 맹견 품종인 스테퍼드셔 테리어 잡종 고구마와 아메리칸 불리 다윗이 공놀이에 한창이었다. 훈련사가 공을 들고 나타나자 고구마와 다윗의 눈이 반짝였다. 다윗이 훈련사가 들고 있던 공을 힘껏 물고 놓지 않았다. 훈련사가 팔을 더 높이 들어 올려도, 공을 문 채로 공중에 매달릴 정도였다. 김훈식 팀장은 이 모습을 보며 입마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품종의 개들은 턱과 어금니 힘이 다른 개보다 훨씬 발달했어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집요함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맹견에게 물리면 더 치명적입니다.”

  외출 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는 맹견에게 입마개 훈련은 필수적이다. 아무런 대비 없이 갑자기 입마개를 착용시키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태풍이도 아직 입마개 훈련을 하지 않아 입마개를 주둥이에 가져다 대면 뒷걸음질 치고, 시선을 회피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 이제 입마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볼게요.” 김 팀장이 혀를 굴려 소리를 내며 관심을 끌고, 입마개 속에 사료를 넣었다. 그제야 태풍이가 슬금슬금 다가와 냄새를 맡고, 곧이어 입마개에 주둥이를 넣고 사료를 먹었다. 이런 훈련을 반복하자 사료가 없어도 스스로 입마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먹이로 인해 입마개에 대한 거부 반응이 사그라든 것이다. 이후엔 입마개를 잠깐 착용한 뒤 풀고 나서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해 입마개 착용이 자연스러워지도록 했다.

태풍이가 입마개 훈련을 받은 뒤 간식을 보상 받았다.

  김훈식 팀장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입마개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에게는 입마개뿐만 아니라 옷, 목줄 등 처음 보는 모든 물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적응훈련을 하며 이러한 물건에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에요.” 이제는 입마개를 착용한 태풍이가 틈 사이로 간식을 받아먹으며 낯선 입마개에 차츰 적응하고 있었다.

 

정한솔 기자 delta@

사진황준혁 기자 k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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