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일주일의 성적 공시 학생도 교수도 '난감'
일주일의 성적 공시 학생도 교수도 '난감'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9.01.2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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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범대 15학번인 조 모씨는 교양 과목에서 F 학점을 받았다. 과제와 시험에 성실히 임했기에 황당해진 조 씨는 담당 교수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조 씨는 “이후 교수님께서 실수로 잘못된 학점이 올라갔다고 사과하셨으나 이미 정정 기간이 끝난 후였다”며 “결국 재수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 보과대 17학번인 이 모씨는 성적확정 전날까지 전공과목의 성적이 공시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씨는 교수에게 성적을 언제 확인할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성적을 확인한 이 씨는 “납득할 수 없는 성적을 받았지만, 성적확정일이 다음 날이라 시간이 촉박해 문의를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방적인 성적 통보에 답답한 학생들

  약 1주일간 이뤄지는 성적공시 및 정정 기간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담당 교수에게 문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간이다. 성적공시 및 정정 기간이 끝난 후에는 성적이 확정돼 정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범대 15학번인 조 모씨의 사례처럼 성적공시 기간에 교수와 학생 간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잘못 산출된 성적이 확정될 수 있다.

  성적공시 기간이 되면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담당 교수와의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글이 상당수 게시된다. 성적공시가 시작된 시기에 성적이 입력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성적에 대해 교수에 문의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서다.

  교수가 학생의 성적 문의 메일을 읽지 않거나 답변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 산출 근거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고파스 이용자 A씨는 “전공과목인 ‘라틴아메리카 사회와 영화’의 학점이 성적 확정일 이틀 전까지 입력되지 않았다”며 “불안함에 학과 사무실을 통해서 교수에게 문의했지만 답변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과대 17학번인 이 모씨의 사례 같이 성적 확정 전날이 돼서야 학점이 입력되는 과목도 있다. 이처럼 늦은 성적 입력으로 수강생들이 성적 문의를 포기하거나, 문의를 하더라도 교수가 답변을 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학생들 사이에선 성적 공시가 교수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채점기준 설명요구에 난감한 교수들

  인문·사회계열의 시험에는 객관식 문제와는 달리 한 가지 답이 명확히 도출되지 않는 서술형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 교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답안의 총체적 적절성을 판단해야 하는 서술형 문제의 특성상, 수강생으로부터 성적문의가 오면 채점기준과 성적 산출근거를 일일이 답해주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성적문의 요청에 답변했을 때 학생이 채점기준을 부정하며 반발할 경우 교수들은 난감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법과대 A 교수는 “몇몇 학생들은 채점 기준이 잘못됐다거나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한다”며 “시험 문제의 주제를 놓고 말다툼을 거는 일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북한 사회의 이해’를 강의하는 조한범(본교·사회학) 강사는 “성적문의에 있어 전문성을 가진 교수와 그렇지 않은 학생과의 논의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명확한 채점 기준을 부여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교육의 일부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무분별한 성적문의가 잦다”며 “여러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은 수강생의 이의제기를 모두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부 성적 공개하는 대학도 있어

  학기 중에 평가한 과제와 시험의 성적을 모른 채, 학기 말에 최종성적만 확인할 수 있는 현 성적공시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승현(사범대 지교14) 씨는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알려주지 않는 수업에서 예상치 못한 최종성적을 받으면 난감하다”며 “교수님들이 각 시험의 석차나 성적을 공시해주는 문화가 학내에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수업 초반에 평가 기준을 제시하거나 시험 이후 곧바로 성적을 공개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다. 김학순(미디어학부) 교수는 첫 수업 때 5가지의 채점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한 중간·기말고사 결과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김 교수는 “문의나 이의제기에 대한 교수들의 대응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문의가 오면 설득력 있는 기준을 학생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처사”라며 “성적 문의에 답변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기본 윤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불교철학’을 강의하는 조성택(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시험지에 각 문제의 명확한 채점 기준을 시험지에 공지하고 평가 후 시험지를 돌려줘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조 교수는 “성적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강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성적문의 기회도 한 번씩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교수들이 각 시험의 성적을 학교 포털 사이트에 공시한 이후에 최종성적 확인 기간이 시작된다. 학생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성적을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강대와 마찬가지로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공시하는 이화여대는 성적 공시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무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적수정 마감일을 성적이의신청 마감일보다 하루 늦게 설정하고 있다. 한편, 학사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본교 교무팀은 성적공시 방식의 변화 여부에 대해 “이는 정책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 당장의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글|김태형 기자 flash@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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