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8 01:25 (월)
한국 우주개발 30년, 투자와 인내로 고유의 개발 모델 만들어야
한국 우주개발 30년, 투자와 인내로 고유의 개발 모델 만들어야
  • 고대신문
  • 승인 2019.01.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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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과,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
권세진
KAIST 교수·항공우주공학과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

  지난해 11월 28일 한국형발사체의 시험용 발사체 발사. 12월 4일 차세대소형위성 1호 발사. 그리고 다음 날인 12월 5일 천리안 2A 정지궤도 복합위성의 발사. 이 짧은 기간은 2013년 나로호 발사 이후로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우리나라의 우주 활동이 다시 본격화되는 주간이었다. 마침 11월 26일 NASA의 화성 탐사선 InSight호가 성공적으로 착륙하고, 새해 벽두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는 세계 최초로 달 후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 같다. 올해는 또 KAIST의 인공위성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소 (KARI) 가 설립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먼저 해외의 우주개발 동향을 살펴보자. 몇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New Space’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뉴스페이스는 우주의 상업적인 활용에 관하여 여러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 70년간의 우주개발이 각국의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면, 앞으로의 우주개발은 민간이 주도한다는 것이 뉴스페이스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다. 이러한 개념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1990년대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때 시작되었던 것이 2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자적인 우주개발 역량을 보유한 나라는 보통 세 가지 하드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첫째가 우주발사체이고, 둘째가 인공위성, 셋째가 우주탐사선이다. 이들 나라에서 세 가지 하드웨어가 개발되는 순서도 동일하다. 먼저 우주로 물건을 실어내어 지구 주위를 궤도운동 하는 데 필요한 속도 7.9km/s 까지 가속할 수 있는 대형로켓을 개발하고, 그다음으로 우주에서만 가능한 기능을 갖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켜 실용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고 나서 달, 화성, 소행성 등 더 깊은 우주에 닿을 수 있는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순서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도 대략 이러한 순서로 구성돼, 본격적인 우주개발은 한국형발사체의 개발이 완성되는 2021년 이후에 전개된다. 미국과 같은 우주선진국은 국가 주도 우주개발이 시작한 지 거의 반세기 만에 ‘New Space Age’로 진입하였다. 국가 주도의 우주개발은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 시장의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이기도 했다. 이러한 국가 주도 우주개발을 통하여 구축한 우주산업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미국에서 New Space가 결실을 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국내외 사정을 이해하고 다시 우리나라의 경우를 돌아보자.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역사는 30년 전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우리별 1호 위성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1992년 8월에 우리별 1호가 유럽의 Ariane 발사체로 성공적으로 지구궤도에 진입하였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2호와 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소형위성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12월 4일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SpaceX 사의 팔콘-9 로켓으로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 1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최신 소형위성이다. 발사체에 대한 연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착수하여, 우리별 1호 위성의 발사보다 1년 늦은 1993년에 과학로켓 KSR-I 발사에 성공한다. 이후 항우연은 과학로켓 KSR-II와 KSR-III를 차례차례 개발하여 발사에 성공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항우연은 그동안 개발해 왔던 과학로켓의 개량으로는 우주발사체로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러시아와 협력하여 나로호를 개발하는 것으로 중대한 방향 전환을 꾀한다.

  2000년 초 시작한 국산 우주발사체 개발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하드웨어 개발의 순서가 우주 선진국과 상반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켓보다 인공위성의 개발이 먼저 이루어졌고, 국내 기술 수준도 높은 데에 비해 우주발사체용 로켓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로켓기술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해외로부터 기술이나 부품의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로켓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70년 전 우주 선진국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기술 수준을 높여가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이것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다른 분야의 국내 산업기술이 비교적 신속하게 기술자립을 이룩한 것에 비해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와 인내심은 우주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비록 지금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뒤처진 것은 늦게 우주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의 우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혜롭게 R&D 투자를 해 나간다면, 한국 고유의 우주개발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주가 갖는 무궁한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정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의 우주 분야 기술자, 학자들과 교류해 왔다. 지금 우주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이들보다 더 유능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우주에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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