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아랑졸띠] 서울 한복판에, DMZ
[아랑졸띠] 서울 한복판에, DMZ
  • 전남혁 기자
  • 승인 2019.02.0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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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군인용품점 ‘DMZ’

 

  겨울이 깊어진다. 꽃 피는 봄은 기척도 없고, 눈 오는 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칙칙하다. 손을 호호 불어 얼굴에 대어도 온기는 이미 식어버렸다. 칼바람이 얼굴을 할퀴던 철책 근무를 애써 잊어보는 계절이다. 이 겨울에, 든든한 야전상의 한 벌 장만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이태원 군인용품점 ‘DMZ’.

  시원하게 뻗어있는 이태원로를 거닐다 이태원 시장 방면으로 난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면 다른 상점들 사이에서 국방색 위장막으로 도리어 존재감을 내뿜는 ‘DMZ’가 있다. 모형 소총과 군 피복으로 몸을 둘러싼 마네킹 경계병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참호를 연상케 하는 삐걱거리는 나무 장판과 누르스름한 조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게 내부에는 2차 세계대전, 6·25전쟁, 월남전 때 실제로 생산된 각종 피복, 장비, 군화류가 오와 열을 맞추고 있다. 카키색 베레모, 미군 항공 점퍼와 광이 나는 군화로 멋을 낸 윤현진(·60) 사장은 군인용품에 대한 사랑과 지식으로 2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밀리터리 마니아. 수입 의류를 취급하던 25년 전, 윤 사장은 미 군복의 내구성과 활동성에 감탄해 군용품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졌단다. “내가 군용품을 입고, 이렇게 판매까지 하는 이유는 옷이 좋아서예요. 다른 옷보다 훨씬 튼튼하고, 활동하기도 편리하죠.”

  ‘DMZ’에 들어오는 물품들은 사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수집한 물건들과 군인용품 수집가들에게 위탁받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은 미군에서 각종 피복, 장비류를 지급받았어요. 그래서 전쟁이 끝난 60년대에는 이런 물건들을 쉽게 수집할 수 있었지.”

  군필자들이 모이면 결국 나오게 되는 군대 이야기는 재미없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군대는 최고의 패션 브랜드이자, 사장님의 자부심이다.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수십년이 넘는 시간을 견딘 이곳의 수집품들은 군대에 대한 당신의 시선을 바꿔줄 것이다.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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