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도> 박완서, 법정 외 9명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꼽는다면 개인적으론 인도를 꼽는다. 꼽기만 하고 이때까지 가지 못한 이유는 안전염려증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사건을 뉴스로 접하다 보니 무서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도 그곳을 막연히 동경하게 되는 것은 인도 여행이 삶에 큰 깨달음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불편 속에서 얻어가는 게 있을 것만 같다. 여기저기 흙먼지가 날리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몸을 에워싸는 것을 좋아하는 요상한 취향은 차치하고 말이다. 치안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는 한편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데엔 공포감을 상쇄할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책 <나의 인도>는 문인들의 인도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11인의 시각으로 인도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다. 문인들에게 전해들은 인도의 민낯은 상상 이상이었다. 김선우 시인의 말마따나 인도 여행에 대한 낭만적 접근은 버려야 한다. 단순히 흙먼지 날리고 무더운 날씨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차 밖으로 남은 음식물을 던져버리는 낯선 풍경, 온갖 동물의 분뇨가 뒤섞여 있고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된 인도의 길거리와 그 길 위에 사람과 짐승이 구분 없이 자리 잡은 모습이 그려졌다. 갠지스강이 내려다보이는 샨티 게스트하우스 근처엔 화장터가 있어 시체 태우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인도인들은 타오르는 시체 옆에서 교미하는 개들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죽음 옆에서 이뤄지는 생명의 탄생을 내버려 둔다는 게 작가의 풀이이다.

  아름다운 명소를 친절히 소개하기도 한다. 화려한 타지마할과 조각이 새겨진 사원들을 비롯해 근사하게 묘사된 장소를 검색해보며 간접 관광을 하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타지마할에 엮인 이야기이다. 이 궁전이 사실은 무굴 제국의 제5대 황제 샤자한이 아내를 위해 지은 묘소이다. 샤자한은 부왕을 밀어내고 왕위에 올랐는데, 자신 또한 아들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나게 된다. 자신이 만든 인과의 고리가 마침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해설을 곁들여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인도 여행의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흔한 여행기와 다른 이유는 문인들의 사유를 엿볼 수 있어서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낄 수 있는 감상의 폭은 그 깜냥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같은 곳을 다녀왔지만, 사람마다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삶의 의미를 얻는 데 있어서 인도는 충분조건이 아녔다. 나의 인도는 어디인가.

 

엄지현(글비대 글로벌경영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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