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동네가 인터넷 상에서 이슈로 오르면 저절로 시선이 간다. 주위에서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면 어느덧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오랜 기간 머물던 곳을 떠나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얼마 전 이런 경우를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 19년 동안 살던 도시가 실시간검색에 오르자 반가운 마음에 클릭했다. 하지만 기뻐할 수 없었다. 한 정치인이 부당하게 부동산을 매입해 투기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목포가 그러한 논란의 중심지가 됐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건의 배경인 원도심은 상당히 낙후된 공간에 속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개발된 신도시의 등장 후, 도심공동화 현상은 점점 심화됐다. 간혹 관광객들만이 오갈 뿐 한낮에도 길거리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한적함만이 빈 건물과 골목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동네를 되살리기 위해 시 차원에서 원도심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는 등 여러 시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침체된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가치는 분명하다. 1897년 개항한 뒤, 목포는 대한제국 시대를 대표하는 교역·물류의 중심 항구도시가 됐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 그리고 민주화의 치열한 이야기 또한 도시 곳곳에 짙게 서려 있다. 원도심은 그러한 목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다. 50년을 이어온 가게, 70년을 지켜온 교회, 100년을 버텨온 거리가 아직도 주민들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낡고 오래된 동네이지만 그 세월만큼 목포의 오랜 삶을 상징하는 곳이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면, 오로지 경제적·정치적 이익의 장으로만 목포를 다루고 있다. 뉴스에는 원도심의 가치나 주민의 삶이 아닌 투자’, ‘거래’, ‘충돌의 어휘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도시는 자본과 권력으로 되살릴 수 없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가야 도시가 살아날 수 있다. 설 연휴 오랜만에 들르는 고향이 갈등 지역이 아닌 사람 사는 동네로 이름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황준혁 기자 kilo@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