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든 학생사회든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꼽자면 아마 연말일 것이다. 새로운 대표자에 관해선 뽑든 뽑지 않든 뽑히든 뽑히지 않든 전부 기삿거리다. 게다가 4년에 한 번인 총장선출까지 겹친다면 그야말로 지옥문이다. 지난 총학 평가, 새로운 총학 선본 인터뷰에 10년을 맞이한 모바일 투표에 대한 평가, 거기에 각 단과대 학생회별로 주요사업 결산까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1866호를 준비하면서 지옥문을 잠깐이나마 맛봤을 기자들이 떠올랐다.

  선거특집호가 돼버린 1866호에선 총장선출에 공을 들인 게 느껴졌다. 2~4면에 걸친 인터뷰에선 재정, 인사, 행정, 국제화 등 학내 쟁점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가지가 아쉬웠다. 우선 공통 질문에 대한 답만 기사에 실은 점이다. 가장 중요한 공약 한 가지가 그나마 개인적 질문이었을 뿐 이 공약이 왜 남들과 다른 건지, 왜 이 공약이 우선인 건지 같은 발전된 질문은 없었다. 각 후보의 독특한 경력이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강점 같은 포인트도 기사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물론 지면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전문을 인터넷에만 게재하더라도, 후보자 개인이 뽑은 최우선 공약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더 하거나 후보자 개인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추가하는 등의 시도가 있어야 심층인터뷰이지 않을까.

  각 인터뷰의 제목도 의문이다. 개개인이 조명되지 않아 다섯 개의 인터뷰는 구별도 잘 안 됐다. 그나마 가장 개성적인 건 제목이었다. 한 후보는 가장 중요한 공약에서, 다른 후보는 행정분권화 방향에 대한 설명에서, 또 다른 후보는 남은 선거일정에 임하는 각오에서 뽑아온 듯했다. 중구난방이었다. 내가 제목이 후보자를 나타내는 한 마디라 생각하며 인터뷰를 읽었던 것처럼, 독자들 또한 제목만 보고도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다. 이때의 인상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관성 있게 가장 중요한 공약 혹은 각오에서 뽑아오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 동안 느낀 고대신문의 강점은 소재의 변주다. 각기 다른 형식,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하나의 소재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것이 늘 인상 깊었다. 1866호의 먹방(10~11), 양심적 병역거부(12~13), 아동학대(14~15)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한 소재지만 선거 기사보다 흥미롭게 읽혔다. 바쁜 시기 사회면이나 문화면에서 여러 면을 소화하고 있으니 기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에도 실컷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기자 여러분은 짧은 시간 내에 20면을 알차게 채워낸 사람들이니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시길. 덧붙여 앞으로도 수많은 밤을 신문사에서 지샐 테니 미리 힘내시길.

 

조정빈 전 대학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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