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일명 비대위)의 존재는 학생사회에 있어 불가피하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경우, 재선거 전까지 학생회의 업무를 대신 맡아 진행하는 단체이다. 대학교의 학생회는 중고등학교와 달리 해야 할 업무가 다양하고 학생들 스스로 모든 일을 꾸려나가야 한다.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여러 요구 사항들을 학교 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새터(새내기 배움터), 축제 등 여러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안건을 의결하고, 예산안을 심의하며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등 다양한 역할들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학생 개인의 학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학생들이 학교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돕는다. 또 사회에 나가 일을 구성하고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연습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는데 비대위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누가 이 막중한 업무를 담당할 것인가? 그 때문에 비대위 체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고 비대위가 학생회의 역할을 온전히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많은 대학교에 비대위 체제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예전보다 학생들이 학생 정치에 무관심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회와 비대위의 권한에 있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학생회와 비대위 체제를 모두 겪어 봤지만, 임원진이 아닌 학생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비대위만으로도 축제, 새터, 간식 행사 등 큼지막한 행사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공식 절차를 밟지 못한 채 일을 진행하는 비대위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또 학과 내의 회칙개정위원회 활동을 하며 비상대책위원회는 운영위원회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문구만 있을 뿐 운영위원회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는 제대로 명시되어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비대위라는 체제는 필요하지만, 학생회와 비대위의 권한에 분명한 차이를 두어 학생들이 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또 그에 따라 자신의 투표가 우리 학생사회를 구성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김소리(문과대 한문학과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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