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총학생회는 없을 예정입니다.” 작년 11, 연세대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3년 연속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최근 대부분의 대학 내 학생회가 공석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져 비대위 체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비대위는 단체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나 특정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다. 정치계에서 이를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은 독이 든 성배로 칭해진다.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지만 결과가 나쁠 경우 책임을 모두 뒤집어쓰게 된다. 대학의 비대위원장은 비슷한 듯 다르다.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의 자리를 대신하기에 중책에 가깝지만 당원들이 뽑은 경우와 다르게 직선으로 선출되지 않아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최소한의 권한밖에 없으며 돌아오는 화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 또한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대학에서 비대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여학생회 폐지와 같은 교내 이슈 및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단시간 동안 생길 수 있다. 이것은 비대위의 정의와 같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장과 전문가들이 모여 이야기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총학생회가 없어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비대위는 어떤가. 당장 총학생회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투표가 무산된 그 자리가 장기적으로 필요할까?

  더군다나 비대위는 예산안과 결산안 집행 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다. 회비를 사용하고도 이를 알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장학금의 경우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전학대회 등을 통해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선 최소한의 업무만 시행하는 비대위의 이런 점에서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비대위 입장에선 이런 불만과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학생회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자신의 본업이 아님에도 말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내기 위해선 학생대표가 필수적이다. 다만 연속되는 비대위는 연고 역할일 뿐 대표를 선정한 것이 아니다. 총학생회가 문제를 개선해왔다면 과연 학생들이 필요없다고만 주장할까. 비상대책위원회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를 대응하는 위원회일 뿐 평범하지 아니하고 뛰어난위원회가 아니다. 만능 비대위 체제는 학생대표를 기억에서 더 소거시킬 뿐이다.

 

류승현(과기대 제어계측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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