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어떤 이유로든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는 날이. 주변에서 위로의 말을 해줘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칙칙한 날이. 속 빈 강정 같은 위로를 받기보단 혼자이고 싶은 날이. 그런 당신을 위한 노래가 있다. 가수 브로콜리 너마저의 2<졸업>에 수록된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덕원 작사·작곡)’이다.

  곡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약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한다. 특별한 내용이나 주제를 담고 있지 않은 가사는 언뜻 무덤덤해 보이지만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 날이 있어로 시작해 말하진 않았지 위로가 되기를, 이런 말은 왠지 너를 그냥 지나쳐 버릴 것 같아서로 넘어가는 구절이 특히 그렇다. 고요한 BGM 위로 위로가 되기를바라고 하는 말이, 도리어 쉽게 지나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어쩌면 위로의 말 한마디 보다 더 다정한 말은 스치듯 지나가는 공감의 말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정작 힘겨운 날엔 우린 전혀 상관없는 얘기만을 하지구절엔 자신의 힘든 부분을 감추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인다. 위로받길 원하는 우리는 정작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후렴으로 가면서 고조되는 피아노 소리와 잔잔한 드럼 소리는 그런 마음을 따스하게 감싼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깊은 어둠에 빠져 있어구절은 여러 번 반복되며 듣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동시에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친구와 같은 느낌을 준다. 가끔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진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게 어떨까.

 

이선영 기자 indi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