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사범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의 소설전집이 작년 12월에 출간됐다. 1970~80년대에 발간돼 현재 절판된 창작집과 이후에 쓴 소설 총 62편을 태학사에서 6권으로 엮어냈다. 1권부터 4권에는 단편소설이 출판된 순서대로 실렸고, 중편 소설들은 5권과 6권에 담겼다.

  이번 소설집에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펼친 오탁번 작가의 특색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소년은 갑자기 발딱 일어선다. 산개미가 종아리를 물었기 때문. 소년의 종아리를 문지르고 나서 오줌을 찍 갈긴다.’ 5권에 실린 중편소설 <새와 십자가>의 일부분이다. 소설이지만 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 작가는 "나의 시에는 앙증맞은 서사가 종종 보이며, 소설의 한 부분을 떼어내면 그냥 시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설명한다.

  해방의 시대에 태어나 전쟁을 겪고 민주화시기를 거친 오탁번 작가의 작품세계는 다채롭게 그려진다. 1971년 강의실 천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고대생의 짧은 생애를 풀어낸 소설 <굴뚝과 천장>에서는 사회혁명의 모순을 다뤘으며, 현역 육군 대위였을 때 집필한 소설 <우화의 집>에서는 대담하게도 유신체제를 풍자했다. 중학교 첫사랑과 오랜만에 재회하는 내용을 담은 <저녁연기>에선 소시민의 애환과 따뜻한 인간애를 다뤘다. 소년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려낸 <새와 십자가><달맞이꽃>에선 인간의 근원적인 비극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소설전집의 또 다른 묘미는 머리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탁번 작가는 매 권마다 다른 내용의 머리말을 실었다. 한 편의 수필처럼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하고, 작가의식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문학에 대한 집요한 자세를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언제나 문학작품으로서 현실을 다룰 때, 그것이 문학 자체로 완벽한 구조가 되지 않으면 이미 문학의 위쪽이거나 아래쪽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2권의 머리말은 문학을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집을 출판한 태학사 담당자 김태현(·50) 씨는 " 작가 오탁번은 시와 소설을 함께 볼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그의 소설을 한자리에 모아 발간하는 일은 한국 문학계에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출판 소감을 밝혔다.

 

글 | 박성수 기자 fourdollars@

사진 |  김군찬 기자 al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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