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이자 가정사영화인 <사도>를 참 재미있게 봤었다. 영조는 정통성 논란으로 겪은 불안한 자신의 재위 기간을 아들만큼은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이 탐탁치 않다고 뒤주에 가둬 죽인 것을 부모의 마음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엄마는 그 영화를 10대 자녀에게 보여주며 엄마 말을 듣지 않으면 저렇게 혼나는 거야라고 했단다. 과연 <사도>는 그 말을 하고 싶었을까?.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또 다른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하버드 학력 위조 사건이나 시험지 유출 사건 등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사교육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조금 더 본질을 파고들면 억대를 쏟아붓는 사교육을 통해 자식을 서울의대에 보내려는 부모의 욕망을 과장하고 왜곡해풍자한 드라마다.

  하지만 사회가 <스카이캐슬>을 통해 궁금해하는 것은 딱 한 가지로 모아진다. “진짜 대학 보내려고 저렇게까지 사교육을?”으로. 대치동 입시 코디와 학원 강사가 현실에서도 사교육을 저 지경으로 시키는지를 말하고, 서울대 의대 18학번 학생들이 진짜 저렇게 해서 의대에 왔는지에 대해 무용담을 펼친다.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 댓글엔 다른 세상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신기함, 그리고 부러움 뿐이다.

  '과장하고 왜곡한장면들이 반면교사가 아니라 , 저런게 다 있구나하고 엉뚱한 깨달음을 얻는다. 한 방송인의 아내가 샀다는 공중전화 박스만 한 독서실 스터디큐브, 일명 예서 책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는 예서가 스터디큐브 안에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문제집을 찢으며 미쳐가는 모습을 비춘다. <스카이캐슬>은 이런 현실을 보여줬지만, 일부 엄마들에게는 신박한아이템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욕망을 긁는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져도 이걸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그대로다. <스카이캐슬>을 통해 볼 것은 사교육 노하우가 아니라 일그러진 욕망이다. 스터디큐브가 뒤주가 되어버리기 전에, 이제는 멈춰야 한다.

 

김예진 문화부장  si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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