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 또렷한 목소리로 그 환희의 현장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작년 3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KBS 45기 공채 아나운서가 된 졸업생 남현종(문과대 사학12) 씨가 품은 당찬 목표다. 방송국 생활을 막 시작한 그는 요즘 아침 일찍부터 뉴스를 진행하느라 바쁘다.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매일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안하고 후회하기보단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신념으로, 대학 시절 내내 늘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녔다는 그의 이야기를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들을 수 있었다.

 

  KUBS와 함께 한 아나운서의 꿈

  남현종 씨가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 칸에 쓸 직업을 고민하는 남 씨에게 부모님은 아나운서를 추천했다. “그 이후로 늘 장래희망 칸에 아나운서라 썼고, 써놨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학예회 사회를 보거나 학교 방송부에서 활동했죠.”

  막연했던 남현종 씨의 꿈은 고려대에 입학해 학내 방송국 KUBS 아나운서부에서 활동하며 구체화됐다. 그는 영상제를 준비하기 위해 2주간 진행한 합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후 6시부터 새벽 5시까지 동기들과 홍보관에서 밤을 새며 영상을 만들었어요. 새벽 2시가 되면 잠결에 비몽사몽하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죠.”

  고연전에서 중계를 맡았던 경험도 잊을 수 없다. 남현종 씨는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고연전 중계석에 앉았다. 처음 중계를 할 때는 급박한 경기 상황을 전달하는 데 애먹었지만, 중계할 종목의 경기현장에 직접 가 연습을 하며 부족한 점을 극복했다. “경기장의 현장감과 열기를 느끼며 몰입하니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 중에도 정확한 중계가 가능해졌어요. 직접 부딪히며 훈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하게 되더라고요.”

 

  꾸준한 연습으로 통과한 바늘구멍

  남현종 씨는 아나운서 합격의 비결로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취업하는 날까지 매일같이 발성과 발음 연습을 했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하더라도 하루에 적어도 30분은 투자하려고 노력했어요.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종이신문을 또박또박 읽으며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죠.” 방송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군대에서도 발성 연습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제가 1학년 때 진행한 방송과 지금의 목소리가 서로 달라요. 매일 발음 연습을 했던 게 합격의 가장 큰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3월 남 씨는 KBS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초조한 마음을 달래려고 예매한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합격을 확인했어요. 곧바로 영화표를 취소하고, 부모님과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도와주신 허일후 선배님께 감사 전화를 드렸죠.”

  현재 남현종 씨는 KBS 창원방송총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졸업 후 바로 입사해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매일이 즐겁다. 남 씨의 목표는 스포츠 경기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캐스터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월드컵에서 승리한 순간에 사람들이 듣고 싶은 목소리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람들이 제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를 들었을 때 기억하는, 친숙한 목소리를 가진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남현종 씨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부에 너무 목매는 대신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방송은 계속 창의적이고 즐거운 것들을 만들어야 해요. 방송국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활동을 해본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도 아나운서 시험 준비는 꾸준히,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갖고 있다면, 고시생처럼 열정적으로 준비해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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