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1 16:57 (목)
“가면만 있다면 세계 어디든 갑니다”
“가면만 있다면 세계 어디든 갑니다”
  • 고대신문
  • 승인 2019.03.0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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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욱(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인터뷰
전경욱 교수가 연구실에서 세계 각 나라 가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전경욱 교수가 연구실에서 세계 각 나라 가면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운초우선교육관 704호의 문을 열면 여느 연구실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정갈하게 꽂힌 책들 위로 다양한 표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들은 활짝 웃기도, 큰 눈으로 위협을 가하기도, 입이 틀어져 샐쭉거리기도 한다. 연구실 벽면을 가득 채운 300개의 가면들은 전경욱(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보물이다. 동아시아는 물론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까지 가면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한달음에 간다는 가면 마니아전경욱 교수를 그의 독특한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간문화재인 아버지 덕에 마주한 가면극

  가면과 전경욱(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오랜 인연은 학부 1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전 교수가 입학하던 70년대는 탈춤의 부흥운동 시대라 할 만큼 탈춤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다. 텔레비전에서 탈춤 공연이 자주 방송됐으며, 대기업에서는 체육대회를 할 때면 의례적으로 탈춤 공연수를 부르곤 했다. 대학가에서도 축제날이 되면 탈춤을 배운 학생들이 교내 이곳저곳에서 익살스러운 탈을 쓰고 춤판을 벌였다.

  1978년에 본교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전경욱 교수도 시류에 맞춰 탈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추어 공연을 했던 타 대학생들과 달리 전 교수는 북청사자놀음 보존회에 들어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기업이나 학교로부터 초청받아 공연을 다녔다는 거다. “사실 아버지께서 북청사자놀이 인간문화재이십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탈춤 중에서도 북청사자놀이를 배우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 밴드부에서 드럼을 쳤던 경험 덕에 전 교수는 북과 장구를 프로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었다. “당시 탈춤 공연은 꽤 쏠쏠한 아르바이트였어요. 텔레비전에 출연하기도 하고 아마추어 대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번 돈을 학비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학부생활 동안 문화재청이 지정한 보존회의 프로들과 함께 공연을 다닌 전경욱 교수는 대학원에 가서 민속학을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간문화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빈약했던 탓에 가족이 생계유지만 간신히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 대학원에 입학하기 어려웠던 전 교수는 학비를 낼 필요 없는 한국학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해 석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고려대 국문과에서 연구하게 됐어요. 대학원에서 가면극뿐만 아니라 판소리나 인형극 줄타기 등 한국의 전통연희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기 시작했죠.”

 

  국내 유일한 세계가면연구자가 되기까지

  한국의 다양한 전통연희 중에서도 전경욱 교수를 사로잡은 가면의 매력은 무한한 변신 가능성이었다. “가면을 쓰기만 하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이거 하나면 양반도 됐다가 신도 됐다가, 무엇이든 될 수 있죠.”

  전 교수는 다양한 얼굴을 뒤집어쓰고 각 나라의 전통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면서 변신을 통해 예술을 만드는 가면극에 푹 빠졌다. “한국 가면극을 연구하다보니 다른 나라 가면극이랑 비교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가면극을 보고 공연에 실제로 사용하는 가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30년간 가면을 연구하고 수집한 결과 그는 국내 유일무이한 세계가면연구자가 됐다. 동아시아부터 남미, 아프리카까지 가면이 있다면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다. 가면을 수집하려고 여행위험국가에 갔다가 곤혹을 겪은 적도 여러 번이다. “멕시코와 과테말라는 중남미 가면 문화의 중심지에요. 20172월에 카니발이 열린다 해서 방문했다가, 가이드가 방탄차를 가지고와 몹시 당황했어요. 가면을 사기 위해 마야족이 사는 산골에 갔는데, 해가 지면 돌아다닐 수 없다고 해 급히 둘러봐야만 했죠.”
연구실을 한가득 채운 300여개의 가면 중 전경욱 교수가 가장 아끼는 건 마하칼라 산니야카라는 이름의 스리랑카 가면이다. 18개의 각기 다른 얼굴이 모여 하나가 된 이 가면은 스리랑카에서 무당들이 환자에게 치병굿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갖고 싶던 가면이었는데 7년 전에 기회가 돼 구해올 수 있었어요. 스리랑카는 자신들의 전통안료로 색을 내서 그 깊이가 남달라요. 예술성이 정말 뛰어나 보고 있으면 행복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열정

  본교 박물관장인 전경욱 교수는 2017년에 개교112주년을 맞아 세계의 가면 문화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각 나라 가면들을 한 자리에 모아두고 관람객들에게 그 의미와 차이를 보여주고자 전시회를 마련했다. 세계 곳곳의 가면들은 각 나라의 전통적인 생활습관과 사고방식, 예술성 및 주술성을 담고 있다. “가면은 어렵지 않아요. 딱 보면 나라마다의 차이가 한눈에 보이죠. 여기 보면 한국과 일본은 가면에 오로지 안면만 표현해요. 그런데 중국은 그 인물을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머리 위와 옆 부분을 장식하곤 하죠.” 벽에 걸린 가면들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그에게선 애정 섞인 천진함이 묻어났다.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는 점은 특별전이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는 큰 이유였다. “원래 가면은 서민층이 가지고 놀던 것이에요.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한번 보면 흥미로워 하죠. 깊은 예술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다양한 연령대와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하고자 했어요.”

  전경욱 교수는 요즘 동남아시아의 가면과 가면극을 연구하는 데 한창이다. 올해 가을에는 네팔을 방문해 마하칼리 퍄칸이라는 가면극을 직접 관람할 계획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탈을 꾸준히 연구한 후에는 자료들을 아카이빙해둔 사이트를 만드는 게 목표다. “다른 나라 가면극을 보러 가면 꼭 사진과 영상을 찍어 와요. 이 자료들을 사이트에 올려두고 설명을 써둔다면 가면 문화를 궁금해 하는 누구든지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전경욱 교수는 후학들에게 궁금한 걸 알고자 하는 열정을 반드시 가지라고 조언했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민속학은 궁금하면 쫒아가서 직접 보면서 해결하려는 열정이 필요해요. 가득한 열정으로 오랜 기간 연구하다보면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답니다.”

 

송채현 기자 bravo@

사진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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