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그에게 문화재 수집은 독립운동이었다
그에게 문화재 수집은 독립운동이었다
  • 이현수 기자
  • 승인 2019.03.04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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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기념 '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 스케치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문병'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문병'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문화재 간송 전형필의 보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선 지난 1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 대한콜랙숀(이하 대한콜랙숀)’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국보급 유물 외에도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일생과 그가 인수했던 보성학교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까지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은 평일 오전부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교육구국위해 힘쓴 간송

  ‘전하다를 주제로 마련된 전시장의 첫 구간으로 들어서면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일생이 좌측 벽에 펼쳐진다. 간송의 일본 유학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 보성학교를 인수하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가 한 눈에 들어온다. 3.1운동 당시 교내에서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등 보성학교의 교직원과 많은 학생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간송은 이로 인해 일제의 탄압을 받아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보성학교를 인수해 교육사업을 펼쳤다. 벽면 앞에 전시된 학교에서 사용하던 교과서와 성적표는 그 당시 조선어 교육에 힘쓰며 교육구국을 실현하고자 한 그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측의 넓은 공간의 벽면을 가득 채운 건물 모형은 성북동 보화각이다. 보화각은 1938년 간송이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모형 위로는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영해 박물관 화재와 한국전쟁 등의 역사 속에서 박물관이 겪어온 세월을 실감나게 전달했다. 보화각 전시물의 앞쪽에는 보성학교에서 2.8독립선언과 3.1운동을 주도한 <보성 20>을 소개하는 20개의 기둥이 설치돼 20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관객들 사로잡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

‘  모으다를 주제로 마련된 두 번째 공간에서 주목해볼 만한 전시물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다. 간송이 당시 가격으로 명동에 자리한 기와집 스무 채를 살 수 있는 거액을 들여 구입했다는 작품이다. “작품은 상단의 단단한 어깨에서 굽까지 내려오는 유려한 S자 곡선을 지녔습니다. 예술적 측면에서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작품이죠.” 김수정 도슨트의 설명에 관람객들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구름떼처럼 둘러쌌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작품 속 상감 방식으로 원 안에 새겨진 학은 위를 보고 있으며 원 밖에 그려진 학은 아래를 보고 있다. 학의 머리 방향으로 하늘과 땅을 상징화한 것이다. 여백에는 영지 모양의 구름 문양으로 가득 채워 화려함을 더했다. 옆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일본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해있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간송이 청과시장에서 사과 몇 알 사듯이 냉큼 사버렸다며 재치있는 설명이 더해졌다.

 

  외국인으로부터 지켜낸 우리의 유산

  이어진 세 번째 공간에는 간송이 경성미술구락에서 구매한 작품들이 두 줄로 가지런히 비치돼있다. 당시 명동에 위치했던 경서미술구락은 간송이 당시 우리나라의 문화재 수탈의 아픔을 들여다본 곳이다. ‘지키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경성미술구락에서 일본으로부터 지킨 문화재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 관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국보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당시 일본의 야마나카 상회를 물리치고 경성미술구락에서 당시 경매사상 최고가인 거금 14580원에 낙찰 받은 작품이다. 단단한 병의 몸통 우측으로 비스듬히 올라간 국화와 가느다랗게 뻗은 난초가 인상 깊다. 경성미술구락에서의 낙찰 과정을 생생하게 적어놓은 안내문은 당시의 생생한 경매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공간인 되찾다에는 간송이 미국인 변호사 존 개스비로부터 사들인 작품들이 마련됐다. 국보와 보물로 등재된 유물 9점과 12점의 우아한 비취빛 고려청자가 앞선 공간들에 비해 널찍한 공간에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에게 여유를 제공한다.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은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를 형상화한 연적으로, 이목구비와 손가락, 발가락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새끼를 받쳐 안고 있는 어미의 두 팔과 어미의 얼굴에 갖다 대놓은 새끼의 작은 손은 모자간의 따뜻한 정을 담아내고 있다. 양반집 가옥 형태의 백자청화철채산수문가형연적과 여의주를 움켜쥐고 똬리를 틀고 있는 용의 형상의 백자청화철채반룡롱주형연적은 작은 크기의 연적임에도 섬세한 묘사와 균형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일제 치하에서 문화유산을 우리 민족의 것으로 지켜낸 간송의 애국적인 노력은 오늘날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이 같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문화재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간송의 정신을 다시 되돌아봐야할 이유다.

 

이현수 기자 hotel@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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