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 팔자가 있는기라.” 어린 시절 어른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꼭 한 번씩은 들리는 말이었다. 조기교육의 힘인지, 그 덕에 ‘내 길만은 무사하겠지’하는 왠지 모를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3월을 또다시 맞이해버린 요즘, 3월의 클리셰 마냥 불확실성의 매개변수들 속에 파묻혀 있다. 겪어온 실패는 이미 지나쳐버린 갈림길인 건지, 앞으로 다가올 성취는 삶의 중요한 이정표일지 물음표만 던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초행길의 낯섦에 지쳐버린 당신을 위한 노래가 있다. 가수 god의 4집 앨범 <Chapter 4>에 수록된 ‘길(박진영 작사·작곡)’이다.

  2000년대 초 특유의 느릿한 베이스와 드럼으로 시작하는 선율, 그 위로 나지막이 얹어진 솔직한 가사와 함께 시작하는 노래 ‘길’에는 이미 정상에 올라버린 지오디가 느꼈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문이 그대로 담겨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조금은 겁먹은 듯한, 세상에 서투른 듯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랫말을 듣다 보면, 혼자뿐이었던 초행길에 함께 길을 헤맬 동반자가 생긴 듯한 기분이다. 특히 노래의 중반부에 나오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라는 가사 속에서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 아무개들은 서로의 진심 어린 위로를 공유한다.

  “죽음이 불행이라면 살아가는 과정이 너무 별로지 않아?” 영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9)>에서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두게 된 ‘이와시타’가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뿐인 ‘신지’에게 웃으며 건네준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길의 존재도 방향도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지금의 순간을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어쩌면 엿들은 어른의 말은 그저 본인이 걸어온 세월에 대한 상투적인 위로였을지도. 내일 하루 걸어갈 길이 그저 낯설기만 한 당신, 오늘 밤은 이 노래를 들어보시길.

 

이경은 기자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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