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성원 모두가 시대적 가치 고민하며 함께 이뤄나가는 학교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고려대학교’

  정진택 교수가 총장후보로서 내걸었던 이 슬로건은 이제 본교 제20대 총장으로서으로서 그려나갈 고려대의 밑그림이자 미래상이 됐다. 2월 28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딛은 정진택 신임 총장은 창의적 혁명을 선도하는 ‘창의고대’, 구성원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고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의 4년, 정진택 총장이 이끌어나갈 새로운 고려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 고려대학교 제20대 총장으로 취임하시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에서 후학 양성의 기회를 얻어 올해 26년째 봉직하고 있습니다. 모교이자 오랜 기간 함께한 학교에서 총장이라는 중대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기쁨이자 영광입니다. 앞으로 학교의 책임자로서 고려대를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는 자랑스러운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 ‘사람 중심의 고려대’란 철학을 강조해오셨습니다

  고려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 즉 학내 구성원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사람 중심의 고려대’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학생을 잘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인재로 육성하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학내 구성원 한명 한명을 귀히 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귀한 대접을 받은 구성원들은 학교를 위해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내부 구성원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대학이 된다면, 학교 밖에서도 우리의 발전을 응원할 것입니다. 이런 기대에서 ‘사람 중심의 고려대’를 강조해왔습니다.”

 

  - 4년의 임기 동안 실현하시고자 하는 고려대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1905년에 설립된 고려대의 건학이념은 교육구국이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일제에 의해 나라가 빼앗기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개교한 이후 저항 정신을 바탕으로 시대적 사명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빼앗긴 국권을 되찾을 때도, 반세기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달성한 보기 드문 나라가 되는 데도 언제나 고대생들이 앞장섰습니다.

  지금 시대에 고려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고려대’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새로운 가치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사회봉사일 수도 있고, 신기술 개발일 수도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시대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이뤄나가는 학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 그렇다면, 총장님께서 교육자로서 생각하시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빠른 성장을 위해 통일된 생각과 행동이 요구됐습니다. 그로 인해 좋은 실적을 만들어 냈지만, 이제는 다양성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돼야 합니다. 자기 전공 분야나 직위에 따라서 가지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포용해야 합니다.

  최근 학내에서 다양성위원회 설립이 승인됐습니다. 앞으로 다양성위원회가 굳건히 자리 잡고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우리 학교뿐 아니라 사회가 다양한 의견과 능력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 본연의 의미를 찾아내도록 일조하고자 합니다.”

 

  -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창의적 미래인재’의 모습을 밝혀주십시오

  “창의는 새롭게 창조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하고 내가 가진 능력과 상대가 가진 능력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창의적 미래인재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영역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캔 두(Can Do)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다가가지 않은 영역에 도전하는 고대생들이 제가 생각하는 창의적 미래인재의 모습입니다.”

 

  - 인수 기간에 살펴본 고려대의 모습 중 인상적인 지점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학내 주요 부서들을 방문하며 유능한 교직원들이 고려대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사람 중심의 고려대’란 슬로건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총장과 집행부의 임기가 4년씩 분절돼 있어서인지 114년간 만큼의 축적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임기 동안 AI나 빅데이터 같은 정보 기술을 활용해 학내에서 매일 생성되고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나갈 생각입니다. 고려대가 만들어가는 역사는 차곡차곡 쌓일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고려대의 미래를 구현할 것입니다.”

 

  - 대학경영의 원칙으로 열린 소통을 강조하셨습니다.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방식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과거 모든 총장님들께서 소통을 강조해 오셨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면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동등한 관계에서 학교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새로운 정책을 고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수평적 관계로 소통하면서, 쌓인 오해가 있다면 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일례로, 제가 때때로 총학생회실을 방문하고 총학생회장도 고민이 있을 땐 총장실로 쉽게 찾아올 수 있는 학교가 된다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겁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는 모습으로 학내 구성원들과 임기 내내 함께하고자 합니다.”

 

  - 고려대 최초의 공과대 출신 총장이십니다. 이공계캠퍼스의 발전을 위한 비전이 궁금합니다

  “공과대 출신이라 해서 이공계만을 위하는 총장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현 사회가 직면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경쟁력은 융합입니다. 기술이 선도해가는 사회가 되고 있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도 함께 힘을 합쳐야 경쟁력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른 대학과 비교해볼 때 이공계캠퍼스의 시설이나 연구 환경이 낙후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교수님들이 큰 성과를 내고 있기에, 개선된 연구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인문사회계캠퍼스와 이공계캠퍼스 간 격차가 존재합니다. 단순히 두 캠퍼스의 여건을 똑같이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인문사회계캠퍼스에 없는 시설을 이공계캠퍼스에 만드는 등 두 캠퍼스가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한 고려대를 이루도록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 교육과 연구 두 분야에서 고려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입니까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중요한 두 기능으로 상호보완적입니다. 지금까지 고려대는 우리나라를 선도할 연구 성과를 계속 내왔고, 마찬가지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서 사회에 배출해왔습니다.

  대학원 교육의 목적은 미래의 학문 후속 세대 양성입니다. 최근 대학원 지원자 수가 많이 줄고 있지만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 연구와 교육 부문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고려대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새해 첫날 아침처럼 올해 고려대도 새로운 총장과 집행부를 맞아 새 출발을 합니다. 이번 변화가 고려대 구성원들에게 학교의 오랜 역사를 돌아보고, 각자의 위치에서 학교 발전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서로를 존중하고 개개인의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 중심의 고려대가 되도록 여러분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글 | 이정환 기자 ecrit@

사진 | 한예빈 기자 l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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