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여러분들에게 라캉의 명언, “욕망은 대타자의 담론이다(<에크리>)”를 띄우고 싶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뜻이다. 이제 막 새내기가 된 이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대학에 들어왔건, 자기 욕망이 정말 내가 원해서 형성된 것인지를 좀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나를 포함해 상당수는 인정투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을 테니 말이다.

  진정 성인이 되는 것은 나의 사유와 행동체계에서 타자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솎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대학공부의 참된 의미는 다른 이의 강요 혹은 사회적 명예 같은 대타자의 담론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의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자기 인생을 주변동료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전전긍긍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새내기 여러분들께서 자기 인생을 시나리오로 간주해 볼 것을 제안한다. 당신들이 쓰는 시나리오는 여러분들이 스스로 집필해나가는 것이요, 주인공 역시도 당신 자신을 상정하는 것이며, 어떤 전개방식을 취하든 독자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대한 시나리오 작가들의 삶을 생각할 때, 글 한 편이 거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치열한 체험,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독서, 고독한 사색,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모두 융합되어 한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레퍼런스의 충분한 활용이 그 작품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여러분들도 후회 없는 인생 시나리오 한 편을 써낼 수 있도록, 자기 전공에만 갇히지 말고 스스로의 여정을 모색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에서 자기 관심사가 보이고, 열정을 바칠만한 분야가 생겨날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는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편견 없이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가 만들어진다. 또 타인에 대한 천박한 뒷담화나 가십거리를 대화 주제로 삼는 삶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관한 문제의식을 자기만의 프리즘으로 다양한 카테고리를 녹여서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그 자체가 바로 삶이다. 이러한 삶은 어떤 꼰대질갑질이든 당당하게 대처하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자, 그러니깐 모두들 미세먼지가 뿌연 하늘 아래서라도, 누가 뭐래도 우리만이 품을 수 있는 청초한 낭만을 품자!

 

임시헌 (문과대 한국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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