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21일 국내 3개 이동통신사가 5G 전파를 쏘아 올린 데 이어, 5G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되면 본격적으로 5G 이동통신의 상용화가 현실화될 예정이다. 이미 제조사들은 5G 이동통신 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가 5G 모델 갤럭시 S10 5G’을 발표했고, 지난달 25일 시작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9에서는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5G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5G는 어떤 기술이며,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빠르기만 한 건 아니야!’

  5G 이동통신 기술에서 ‘G’는 세대를 의미한다. 각 세대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국제표준으로 구분되며, UN 산하의 국제기구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 연합)에서 3세대 이동통신 기술부터 이동통신 국제표준을 제정해오고 있다. ITU는 각 이동통신 기술이 충족해야 할 최소 요구사항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각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정보통신협회 표준화본부 이혜영 책임연구원은 세대의 진화는 이동통신 기술이 이전에 비해 크게 진보하는 시점이 왔음을 의미하며, 지금 우리는 그 다섯 번째 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ITU에서 제정한 5G의 공식 명칭은 IMT-202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2020)으로, 20159ITU에서 공표한 5세대 이동통신의 요구사항은 초고속(Embb), 초저지연·고신뢰(URLLC), 초연결(mMTC)로 대표된다. 초고속은 통신 속도와 관련된 것으로, 기존 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이상 빠른 20gbps 최고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요구하며 이를 통해 초고화질 동영상 다운로드는 물론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초저지연·고신뢰는 1밀리초(ms)이하의 지연 시간과 1- 이상의 신뢰도를 요구한다. 이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것으로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수술 등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초연결성은 1 당 백만 대의 기기가 접속되더라도 통신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 특성으로 사물 간 통신이 필요한 사물인터넷(IoT)의 구현에 필요하다.

 

  4G를 등에 업은 5G, ‘5G NSA’

  ITU에서 국제표준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면, 이에 따라 세계의 각종 연구기관, 이동통신사업자, 정부표준기관으로 구성된 국제 이동통신기술 표준단체가 표준을 실제로 개발하게 된다. 이동통신 표준을 개발하는 세계최대 기술표준단체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는 시기별로 국제 5G 표준을 발표한다. 올해 4월 상용화가 예정된 5G 표준은 지난 2017123GPP에서 발표한 5G NSA(비자립형 5G). 5G NSA는 기존에 존재하는 4세대 인프라를 활용한 5G 이동통신 기술로, 제어 신호를 담당하는 제어 채널은 4G 망에서 관리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담당하는 데이터 채널은 5세대 망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전화가 왔을 때 기지국과 전화를 연결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4세대 망에서, 실제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영화나 드라마의 다운은 5세대 망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5G NSA를 채택한 이유는 이미 전국적으로 4세대 인프라가 구축돼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연결통신연구소 김영진 책임연구원은 현재 전국에 구축된 4세대 인프라를 한순간에 5세대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5G NSA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5G NSA에서는 5G의 핵심 서비스인 초고속,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 중 초고속 서비스에 대한 요구사항만을 만족하게 될 전망이다. 4세대 망을 사용하는 한계 때문이다. 5G NSA에서의 초고속 서비스는 4세대 망을 사용하는 제어 채널에서의 제어 신호가 약해도 구현되지만,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 서비스는 4세대 망에서 구현되지 않는다. 5G NSA에서는 서비스 사용자의 단말기를 다른 사용자의 단말기와 연결시키거나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망이 4세대 망이다. 이혜영 책임연구원은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 서비스를 위해서는 5G 핵심망의 기능이 필요한데, 5G NSA에서는 핵심망을 기존 4세대 망으로 사용한다며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로 5G SA(자립형 5G)의 경우 제어 채널과 데이터 채널 모두 5세대 망에서 처리하게 된다. 이혜영 책임연구원은 현재 3GPPSA까지 포함한 5G 기술 표준을 1차로 완료했다“2차로 20203월 완료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5G 표준에는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 등 5G 핵심 서비스로 정의된 모든 요구사항이 충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G 이동통신, ‘미지의 주파수 대역개척하다

  5G 이동통신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기존 주파수 대역보다 높은 3.5GHz 대역, 28GHz 대역을 이용한다. 이렇게 높은 주파수 대역을 채택한 이유는 해당 주파수의 대역폭이 넓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장 높았던 4세대 이동통신의 2.1/2.6GHz 주파수 대역에서 각 통신사들은 20~60MHz의 주파수를 할당받았지만, 3.5GHz 대역에서는 80~100MHz, 28GHz 대역에서는 800MHz를 할당받았다. 김영진 책임연구원은 주파수 대역폭은 고속도로의 폭에 비유할 수 있다고속도로가 넓으면 차가 많이 갈 수 있는 것처럼, 주파수 대역폭이 넓으면 더 많은 데이터가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특성인 회절성이 뛰어나고, 광범위한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기존에 통신사들이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은 포화상태. 따라서 대역폭을 넓게 가져갈 수 없었다. 하지만 3.5GHz대역과 28GHz 대역은 주파수 대역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어 많은 양의 데이터가 오고 갈 수 있다. 김영진 책임연구원은 “5세대 이동통신에서 홀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데이터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전파특성이 안 좋아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높은 대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G 이동통신에서 사용하는 높은 대역의 주파수는 회절성이 약한 대신 강한 직진성을 가진다. 이런 특성을 활용한 기술이 빔포밍 기술이다. 이는 전파를 넓은 지역으로 퍼트리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만 집중하는 기술이다. 수신을 원하는 수신기 방향으로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지국의 안테나를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파의 파장이 짧아 안테나 길이를 짧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진 책임연구원은 안테나의 길이는 전파 파장의 반이기 때문에 낮은 파장을 가지는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쏘는 안테나의 길이는 수 밀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단말기에서 기지국으로 보내는 업링크와 기지국에서 단말기로 보내는 다운링크로 나뉜다. 기존의 주파수는 업링크와 다운링크가 별도의 주파수를 할당받아 단말기와 기지국이 동시에 통신하는 FDD(Frequency Division Duplex, 주파수 분할 방식)을 사용했다. 반면 5G에서 사용할 3.5GHz, 28GHz 주파수 대역에서는 업링크와 다운링크가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하고 시간을 기준으로 주파수를 구분하여 통신하는 TDD(Time Division Duplex, 시분할 방식)을 사용한다. FDD는 업링크와 다운링크에 해당하는 주파수가 처음부터 고정돼있지만, TDD는 업링크와 다운링크의 조절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FDD는 다운링크와 업링크의 주파수가 이미 1:1로 나눠져 있지만, TDD는 시간별로 다운링크와 업링크의 주파수 비율을 다르게 가져가는 식이다. 김영진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단말기에서 기지국으로 보내기보다 기지국에서 단말기로 내려보내는 상황이 더 많다“FDD는 주파수를 동일하게 할당해 비효율적이지만, TDD는 다운링크와 업링크를 조절할 수 있기에 더욱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5G 시대의 화두, ‘네트워크 슬라이싱망 중립성

  5G 시대에는 초고속, 초저지연·고신뢰, 초연결성이라는 특성별로 다양한 서비스 요구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별로 필요한 네트워크의 특징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고화질 동영상을 보기 위한 네트워크와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그 특성이 다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다. 이는 네트워크를 쪼개는기술로 물리적인 하나의 네트워크를 여러 개의 독립된 가상 네트워크로 나눈 뒤 각 슬라이스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네트워크 기능을 가상화하는 기술인 NFV(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과 가상화된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기술인 SDN(Software-Defined Networking) 기능이다. 이혜영 책임연구원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네트워크 자원과 기능을 개별 서비스에 따라 선택, 조합함으로써 독립적이고 유연한 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망 중립성 원칙과 충돌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망 중립성은 망 사업자는 전송하는 컨텐츠를 그 내용, 유형, 단말기, 이용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서비스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네트워크를 자의적으로 쪼개 서비스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충돌의 이유다.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도입되면 자율주행 자동차 등 특별 용도로 분리해놓은 대역폭은 더 비싸게 팔릴 것이라며 이는 망 사업자가 동등하게 정보전달을 해야 한다는 망중립성에 어긋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관리형 서비스, 망 중립성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인터넷이 아닌 별도의 인터넷 서비스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2011년 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정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관리형 서비스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의 제공 방식과 다르게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전자통신분야 규제정책을 연구하는 조대근(수원과학대 비서행정과) 겸임교수는 망 중립성은 공공 인터넷에 있어서 ISP가 네트워크를 관리하지 말라는 원칙이라며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공공 인터넷이 아닌 관리형 서비스이기에 망 중립성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개막할 5G 이동통신 시대, 기존 세대보다 진보한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으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

 

글 ㅣ전남혁 기자 mike@

그래픽제공ㅣ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주파수종합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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