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총장의 취임 후 첫 번째 공식일정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아침식사였다. 사람중심의 고려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일상에서의 소통을 약속한 정 총장다운 행보였다. 하지만 이른 아침 학관 식당을 찾은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식판을 들고 제육볶음을 푸는 총장의 모습은 꽤나 놀라웠을 테다. 고려대 입학 이래로 한 번도 본적 없는 장면이었으니.

  달걀프라이를 본지 기자의 접시에 놓아주며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레 스며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정진택 총장이었지만, 학생식당 속 그는 물 위의 기름처럼 눈에 띄게 겉돌았다. 학생들은 식당 한 곳에 앉아있는 총장이 신기한지 연신 흘끔거리면서도 곁에 다가가기는 꺼려지는 듯 멀리 떨어진 식탁에 자리 잡곤 했다.

  그간 총장은 학생들이 쉽사리 대면하기 어려운, 미지의 인물처럼 여겨졌다. 마치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추상적 존재처럼 느껴져 학내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해야 할 지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정진택 총장과 함께한 첫 끼도 떨떠름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한 번 보면 어색하고, 여러 번 마주하면 친숙해진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총장도 마찬가지일 거다. 개강 첫날의 식사자리처럼 총장과 학내 구성원이 학내 어디서든 우연히 만나 일상적 대화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는 캠퍼스를 꿈꿔본다. 학생식당에서 식사하는 총장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고려대의 발전을 여럿이 논의하는 모습이 지극히 당연해지는 학교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송채현 취재부장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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