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들뜬 마음으로 처음 생긴 후배들을 만났다. 새내기 새로배움터가 어땠느니, 동아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니 뻔한 대화들을 나누다 문득 한 가지 고민을 듣게 됐다. “, 고등학교 때까지는 계속 대학이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루고 나니까 삶의 목표가 없어진 느낌이야.”

  작년 이맘때 똑같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밤 기숙사에서 시간이 남는다라는 어색한 경험을 반복했던 것은 혼란스러웠다. 붙잡고 달려갈 목표, 그 이후를 미리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2018년 겨울을 수놓았던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달 어느새 1주년이 됐다. 참가 국가와 선수 인원 모두 사상 최다라는 성공적인 수식어를 달았던 평창올림픽은 1년 만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렸던 곳은 그저 큰 주차장으로 변했다. 텅 빈 시외버스터미널과 대부분 임대 딱지가 붙은 숙박시설들은 바뀌어버린 평창의 모습을 말해준다. 올림픽 이후 관광 산업이 더 활성화될 줄 알았지만 거의 손님이 없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외곽 도로가 너무 잘 정비된 탓에 사람들이 다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그렇단다.

  경기장들도 쓰이지 못하고 있다. 사후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복원과 존치가 싸우고 있는 알파인경기장 등은 목표를 이룬 이후의 찬란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림픽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성공적인 개최라는 목표를 가지고 밤낮을 샜을 것이다. 그 성대한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남은 것은 지금의 모습이다. 수능 공부든, 올림픽 개최든, 방황 이전에 그 이후를 미리 생각해볼 수는 없었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작년 봄, 꽤나 깊은 고민 끝에 다음 초점을 사람으로 잡았다. 흐릿한 목표였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나름대로 혼란을 잠재웠다. 늦었지만 평창도 매일 밤 고민하며 무언가를 생각해본 것 같다. 주요 시설이었던 국제방송센터(IBC)가 국내 첫 국가문헌보존관으로 재활용되고, 올 하반기에 경기장들의 사후 운영 방안도 수립할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평창이 어서 흐릿한 무언가를 잡길 바란다. 혼란스럽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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