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지도 벌써 7일째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가득하고, 창문 밖 하늘은 뿌옇게 변해서 지난주에는 한 눈에 들어오던 야산조차도 볼 수가 없다.

  미세먼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다. 어떤 이는 마스크 하나 없이 맨몸으로 거리를 나돌아 다니고, 어떤 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누군가는 매일 새 마스크를 구입하여 착용하지만, 누군가는 1개당 몇 천 원하는 금액이 부담스러워 어제 썼던 마스크를 오늘 다시 착용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미세먼지가 가득한 시내를 공기청정기를 부착한 승용차를 운전하여 이동한다.

  어느 집에서는 공기청정기를 거실과 방마다 1개씩 두고 살지만, 어느 집에서는 공기청정기 하나 없는 곳에서 24시간을 먹고 자며 숨 쉬어야 한다. 미세먼지 범벅이 된 옷을 옷장에 걸어두는 가정이 있고, 베란다에 두고 탈취제 등을 뿌리는 가정이 있고, 의류를 관리해주는 곳에 거치하는 가정도 있다. 더 나아가 연휴기간 동안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나 해외에 가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집과 쇼핑몰 등 실내에서 외식하고 영화를 보는 연휴를 보낼 수 있는 집과,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부담스러워 타의로 집콕을 해야 하는 집도 있다.

  사람들 간의 생활수준과 격차라는 것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숨 쉬는 일까지 생활수준에 따라 질이 나뉘어야 한다는 것은 몹시 비인간적이고 슬픈 일이다.

적어도 봄, 가을만큼은 돈이 없든 많든 맑은 하늘 밑에서 한강이나 야외에서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고, 조기축구를 하며,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등 당연하게 했던 소중한 일상이 존재했다. 그런데 미세먼지로 인하여 당연하게 무료로 했던 일들조차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아예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기온이 싸늘한지, 비가 올 지보다 더 궁금한 것이 미세먼지 농도이고, 인터넷에는 우스갯소리로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이제 3, 봄꽃이 피어나고 날이 따스해지면 학교는 개학과 개강을 하고 직장인들도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활력이 돌아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봄은 미세먼지가 심한 계절’,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치는 계절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 우울한 계절이 될 것만 같아 유감이다.

 

<len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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