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활력이 샘솟는 나의 때가 있다. 이를 맞이하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민들레의 봄은 종달새의 겨울인 것처럼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우린 사그라든 나의 시간과 비교되는 타자의 시간을 바라보며 우울에 빠지곤 한다.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의 앨범 <근황>에 수록된 가을겨울봄여름(정바비 작사·작곡)’은 새 학기가 1월이 아니어서 신기하다는 아이의 천진함으로 시작된다. 놀람도 잠시, 아이는 곧 9월에 태어난 자기에게 일 년은 언제나 가을 겨울 봄 여름이라고 노래한다. 씩씩하게 가을로 자신만의 계절을 시작하는 아이, 보컬 계피의 목소리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점에서 그게 어때서?”라고 말하는 듯하다.

  잔잔한 기타와 가벼운 건반 연주에 얹힌 소박한 진행이 계속되지만, 햇볕을 머금은 것 같은 계피의 음색은 느린 템포 속에서도 부산한 움직임을 만든다. “가을 겨울 봄 여름을 반복하며 반바지를 입는 호주의 산타클로스같은 예시를 찾아내는 아이의 꿋꿋함이 생동하는 목소리로 온전히 전해진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하여도 우린 모두 조금씩 다른 주기를 돌잖아요라는 가사처럼, 단지 자신의 때를 맞이한 것일 타인의 날을 담담히 바라보자. 자기만의 속도감을 완연히 즐겨보자.

 

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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