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0 21:31 (월)
[고대인의시선] 별 헤는 밤
[고대인의시선] 별 헤는 밤
  • 고대신문
  • 승인 2019.03.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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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라이너마리아릴케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윤동주 시인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붙였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동경을 아스라이 불렀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서 밤을 새운 그에게 수만의 별은 제각각 크게 다가왔다. 그는 그 안에 깃든 상념을 일일이 성찰했다. 그럼에도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에 부끄러워했다. 슬픔을 못 이겨 흙으로 제 이름을 덮어버렸다.

  안타깝게도 슬픔을 이긴 채 살아간다. 밤을 새우며 별을 되새길 만큼 정의롭지 못하다. () 황현산 선생은 <밤이 선생이다>에서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눈앞의 나직한 시간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사회 역시 하나의 별을 비추지 않는다. 하나의 별은 대략을 뜻하는 ()’이 되어 지워진다. 대충 조명해선 안 될 때도 있건만, ‘에 묻힌 수만의 목소리는 쉽사리 스쳐 간다. 작년 한 해 역대 최대치의 집회, 시위가 열렸다. ‘’ 7만 여개의 집회가 열렸다. 그 중에는 불법촬영물과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비명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수만의 사소한 일 중 하나겠지만, 누군가는 죽었다.

  ‘이라는 통계에도 수만의 별이 제각각 빛나고 있다. 약 하나에도 울음과, 약 하나에도 분노와, 약 하나에도 목소리가 깃들어있다. 대충 스쳐 가지만, 약에는 사람이 있다. 시인은 봄을 기대했다. 봄이 오면 무덤 위의 잔디가 자랑처럼 피어날 것이라 읊조렸다. 덮었던 이름에서도 풀이 자랄 것이라 확신했다. 시인에게 화답할 차례다.

 

안세연 (미디어학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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