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면 인연이 다가온다"고 청년들에게 이야기한다.
혜민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면 인연이 다가온다"고 청년들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삶과 존재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남의 시선에 구애받으며 자신을 소외하지 마세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당신을 한 발짝 밖에서 쓰다듬어줄 성숙한 안목이 필요할 때입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로 바쁘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마음을 포근히 어루만졌던 혜민스님은 마음의 안정과 자유가 건강한 삶을 위한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귀 기울이는 것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자비와 지혜라고도 덧붙였다. 퍽퍽한 현실의 벽 앞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막막한 일상에 숨 쉴 틈 없이 버티는 청년들을 위해 혜민스님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 어떤 계기로 출가를 결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중학생 때인가? 문득 제가 세상으로 던져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 철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이란 제목의 영화가 제 눈앞에 펼쳐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제가 한국이란 나라에 태어난 남자란 단순한 사실조차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존재적인 의문에 휩싸였어요. 어떤 사유로 이 세상에 태어나 던져졌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와 같이 말이죠. 어느 순간 제가 품은 의문에 답하는 것이 어떤 일보다 급선무가 됐습니다.

  그래서 출가했어요(웃음). 제가 품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불교 수행을 정진하고, 인도 달라이라마 존자님, 우리나라 큰스님들 등 많은 분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구도하는 마음을 가지니까 우주가 제게 맞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더라고요. 우주는 하나님, 부처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참 자애로운 존재입니다. 덕분에 질문을 찾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 스님께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시기도 합니다

“  제가 수행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요. 사람은 심리적 상처가 많을수록 자신도 모르게 그 스토리에 갇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가정사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은 가정 때문에 자신이 못나게 됐다고 치부하는 것이죠.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피해자, 희생자로 각인하는 겁니다. 힘들겠지만, 여기에서 빠져 나와야만 영적 진보를 이룰 수 있어요.

  마음의 상처를 품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얻은 수행의 결과를 토대로 책을 쓴 것이에요. 지혜를 가지기만 하면 사람들에게 도움도 안 되고 감동도 못 주니까요. 각 책의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심리치유, 성장, 영적인 깨달음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어렵게 쓰기보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되도록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은 독자분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 보통 사람들은 사춘기에 스님과 같은 질문에 빠지곤 하잖아요. ‘자신이 누구인지말이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성찰을 잊고 살더라도 인생에서좌절이 몰려올 때면 원하지 않아도 자기를 들여다보게 돼요. 본론부터 다시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서 눈앞에만 보였던 문제, 예를 들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보다 인생의 더 큰 이유, 삶의 가치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에서 사람은 성숙하거든요. 급급하게 앞의 문제만을 바라보지 않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길게 스스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죠. 이런 성찰을 통해 작은 것에도 화를 안 내고,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인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 스님들께선 명상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는데, 일반인도 명상을 통해 자기성찰이 가능할까요

  “누구든지 명상하면 자기인지를 할 수 있어요. 방식은 제가 알려드릴게요(웃음). 명상은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하나는 자비의 명상, 또 하나는 지혜의 명상입니다. 자비의 명상은 자신, 사랑하는 이, 타인, 심지어 지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까지 모두가 행복하기를 마음으로 소망하는 것이에요. ‘자비로움을 기르면서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호할 수 있어요.

  지혜의 명상은 스스로 내 마음이 어떤지 계속 들여다보는 수행입니다. 나쁜 마음들은 꼬리를 물어 더 부정적으로 되고, 그 마음이 감정을 일으켜 안 좋은 감정이 만들어요. 따라서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도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사실 그 원인만 파악하면 화낼 일도 아닌데 말이죠. 자기인지가 흐트러지면 외부 상황에 끌려다니며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 막상 명상하려고 해도 어느새 잡생각에 빠져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을 하루에 3분 정도만 가만히 앉아 느껴보세요. 어차피 숨은 쉬는 거잖아요. 그 숨에 관심을 가지는 거죠. 자연스럽게 느끼다 보면 숨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상쾌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숨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 집중을 못 해요.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생각은 잠시 쉬는 거죠. 그러면 명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답니다. 3분이 힘들면 1분이라도 해보세요.”

 

  - 사회적으로 자비의 명상이 부족해서 그럴까요. 많은 분이 사회가 자비로움은커녕 오히려 점점 각박해진다고 하더군요.

  “서로 서로가 연결돼 있단 사실을 망각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은 모두가 연결돼 있어요. 심지어 컵 안에 물이담기기 위해선 모두가 필요해요. 구름이없으면 물이 없고, 하늘이 없으면 구름이 없고, 우주가 없으면 하늘이 없죠. 그리고 컵에 물이 담기기까지 슈퍼마켓의 직원, 직원의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이 있어야 하고. 결국, 물이 여기에 있기 위해선 모든 것이 연관돼있는 거예요. 이렇게 세상이 서로 연결됐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균형점을 찾기 마련이에요. 자신은 상대와 상관없고 나밖에 없다며 단절감에 속에서 살다 보면 요즘같이 소통하지 않고 이기적인 주장만 하게 되죠.”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년 독자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후회한 것이 있었어요. 당시 모차르트에 대해서만 공부하는 강의가 있었는데, 제가 모차르트를 정말 좋아해서 꼭 수강하고 싶었죠. 근데 상황 상 그 강의와 선배들의 족보를 확보한 강의 중 골라야만 했습니다. 갈등했지만, 결국은 성적이 잘 나올 거 같은 수업을 들었어요(웃음). 하지만 모차르트 강의를 못 들은 것은 아직도 아쉬워요. 편하고 안정적인 것만을 취하는 것은 결코 자신에게 좋지 않아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인연, 기회가 다가올 거예요. 저도 20대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죠. 여러분만의 모차르트 강의를 꼭 수강하며 인연의 기회를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김인철 사회부장 charlie@

사진제공서울마음치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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