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교정을 덮친 희뿌연 미세먼지도, 새 학기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시샘하는 비바람도 동박꽃의 개화를 막지 못했다. 지난 12일과 13일 민주광장에서 제19회 고려대학교 동아리박람회 동박꽃 필 무렵이 성황리에 열렸다. 36대 동아리연합회(회장=황준철, 동연) ‘보람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중앙동아리, 가등록동아리, 학회 등 100여 개의 학내 자치단체가 부스를 운영했고, 새내기를 포함해 다양한 학번의 학생들이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호랑이 인형탈을 쓴 'KUDT' 부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아리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취미활동

  박람회가 열린 민주광장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경쾌한 노랫소리와 흥겨운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 울려 퍼졌고, 부스에서 요리하는 음식이 기름진 향을 뽐내며 코를 자극했다. 민주광장을 지나가던 학생들은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을 돌려 동박꽃 필 무렵의 부스로 향했다. 삼삼오오 모여 동아리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은 닮아있었지만, 학생들이 생각하는 동아리 활동의 목적은 제각각이었다.

  본지에서 동아리박람회 참가자 14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69(48%)이 동아리의 목적을 취미활동으로 여겼다. 최재원(정보대 컴퓨터16) 씨는 고양이가 좋아서 고려대 고양이 쉼터동아리 활동을 1년째 하고 있다. “작년에 뽀또(이공계 캠퍼스 서식 고양이)를 돌보다 귀여운 고양이들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한 수단으로 동아리 활동을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설문조사 참가자의 28%자아실현을 동아리의 가장 큰 목적으로 꼽았다. 서목원(국제학부19) 씨는 아직 어떤 동아리를 가입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동아리 가입의 동기는 확실하다고 했다. “자아실현을 위해서죠. 동아리 활동은 진정한 저 자신을 찾아가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동아리를 찾는 학생들도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18%친목을 동아리의 목적으로 뒀다. 본교 아이스하키 선수인 이준영(사범대 체교16) 씨는 졸업 전 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흥미를 보였다. “훈련이 바쁘다 보니 학교 내 지인이 운동부원으로 제한돼 아쉬움을 느껴 가입할 동아리를 찾아보려고 왔습니다.”

 

13일 '동박꽃 필 무렵'이 열린 민주광장에 학생들이 북적이는 모습 

 

  하고, 먹고, 보고, 즐기고!

  동아리박람회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동아리를 홍보하고 새로운 부원을 모집하기 위한 연내 최대의 장이다. 중앙동아리를 포함한 다수 학내 자치단체가 매년 부스를 운영하는데, 올해는 부스 참가 단체가 100개를 넘기도 했다.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발걸음을 향하게 하도록 부스는 저마다의 톡톡 튀는 기획을 담았다.

  다수의 부스에서는 동아리 특색을 살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고려대학교 검도부는 실제 검도복과 장비를 입어보는 체험과 죽도를 이용해 풍선을 터뜨리는 활동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이렇게 부스를 운영하는 게 신입부원 모집뿐만 아니라 검도라는 운동 자체를 홍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부스를 찾아온 학생들을 바라보는 검도부 주장 이성민(경영대 경영17) 씨의 얼굴에 동아리의 새로운 가족을 찾는 설렘이 가득하다.

  건축봉사 동아리 고집은 제한시간 안에 못을 박으면 상품을 주는 체험형 게임을 진행했다. 못 박기 게임은 매번 동아리박람회에서 반응이 좋아 고집이 계속 이어가고 있는 아이템이다. “게임 참가비를 1000원씩 받아 주거 빈민을 위한 모금까지 하고 있어 일석이조랍니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주전부리다. 초콜릿, 과자 등 시중에 파는 간식을 나눠주는 부스도 많았지만, 즉석에서 음식을 요리해 학생들의 후각을 자극한 부스도 있었다. ‘한국사회연구회는 퀴즈를 맞힌 학생들에게 해시 브라운을 요리해줬다. 준비한 해시 브라운이 예정보다 일찍 동나 급하게 달걀을 사와 달걀프라이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기독교 선교단체 ‘IVF’는 마늘빵을 요리해주고, 파티 기획 동아리 ‘Partyproviders’는 칵테일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리 부원들이 남김없이 끼를 발휘한 부스들도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디제잉 동아리 ‘SNAP’은 부스에 설치한 연습실 장비로 디제잉 공연을 선보였다. ‘SNAP’의 회장 최현수(미디어16) 씨는 흥겨운 비트 앞에서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역시 디제잉이라 생각해서 박람회 때마다 공연하고 있어요.마술동아리 미스디렉션의 부회장 안병욱(자전 행정18) 씨는 자신의 특기인 프리딕션 마술 공연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 대박!” 관객이 뽑은 카드를 예언해서 맞추는 안 씨의 마술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행사 시작에 앞서 '그림마당' 부원들이 자유마루 위에 설치된 부스를 꾸미고 있다.

 

 동박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려면
  성황리에 막을 내린 동박꽃 필 무렵의 이면엔 동연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다. 황준철 동연회장은 작년 12월부터 행사 기획을 시작해, 1월엔 동아리 대표자 수련회를 열어 각 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2월엔 빈틈없이 행사 진행을 준비하기 위해 동아리박람회 준비단 모집을 완료하고 쉴 틈 없이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번 동박꽃 필 무렵은 민주광장만 사용했던 예년 동아리박람회의 틀을 깼다. 체육국과의 협업을 통해 학생회관 옆 농구코트에서 행사를 진행했고, 참가 단체가 많아 데크 공간인 자유마루까지 부스 공간으로 사용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동아리박람회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행사 기간 기상악화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황준철 회장은 첫째 날은 미세먼지에, 둘째 날은 비, , 강풍이 모두 겹쳐 천막이 날아가기도 해 걱정을 많이 했다다행히 여러 동아리 부원들께서 서로 돕고 나서 악천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동아리 부스 배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공연 위주의 기악·연행예술분과 동아리 부스가 한 구역에 밀집되다 보니 각자 경쟁적으로 음악 소리를 키워 불협화음을 낳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황 회장은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기악·연행예술분과 부스를 수업이 진행되는 교양관과 최대한 멀리 배치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었다며 여러 동아리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자리 배치였다고 말했다.

  자유마루에 부스 배정을 받은 동아리는 접근성이 떨어져 홍보효과가 반감된다는 불만을 표했다. 자유마루의 넓은 공간에 비해 배정된 부스 수도 적어 상대적으로 휑해 보이기까지 했다. 황준철 회장은 자유마루 부스를 위해 이정표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했으나 효과가 작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사후 피드백 과정을 통해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동박꽃 필 무렵, ‘애동베가스로 가자!

  이공계 캠퍼스 노벨광장에선 애기능동아리연합회(회장=박리수, 애동연)가 주관한 애기능동아리박람회 애동베가스13일과 14일 열렸다. 양일간 각각 12개의 단체가 부스를 진행했고, ‘1905’, ‘노래마당등의 동아리가 공연을 선보였다. 애동연은 동연과 협업해 동박꽃 필 무렵스탬프와 애동베가스스탬프를 모아 오면 식사권을 주는 이벤트, 참가자한테 미세먼지 마스크를 증정하는 이벤트 등으로 학생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참가 학생들은 애동베가스의 장소 선정에 의문을 표했다. 신동철(이과대 화학13) 씨는 노벨광장보다 탁 트인 장소인 하나스퀘어 잔디에서 행사가 진행됐으면 더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리수 애동연회장은 학교 측에서 잔디 손상을 우려해 하나스퀘어 잔디 사용을 불허했다부득이하게 노벨광장에서 진행하게 된 점은 저희도 아쉽다는 의견을 전했다.  

  13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애동베가스의 열악한 공연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의 게시자는 조그만 무대도 하나 없고 장비 지원도 하나 없었다동연이 조성한 민주광장 공연 무대와의 수준 차이를 보고 아쉬움이 남았다고 밝혔다. 이에 박리수 회장은 애동연은 인력과 자금 문제로 동연과 비슷한 규모의 환경을 조성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애동베가스에 관심을 두고 피드백을 남겨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성 mamba@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