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이 느껴지는 314, KU 개척마을 파이빌은 π3.14를 기념하는 파이빌 데이를 맞이했다. 이번 행사 주제는 일상 속 금기와 의무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인 ‘DUTY FREE’. 이날 파이빌의 알록달록한 컨테이너는 전시회 외않되?’에서 작은 금기로부터 일탈하는 사람들과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청개구리가 묻는다, ‘외않되?’

  ‘외않되?:오든가 말든가전시가 열린 파이빌 4층은 모두가 청개구리가 되는 공간이다. 관람객들에겐 평소 하지 말라고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관계자 외 출입금지포토존에는 통제구역’, ‘금식’, ‘위험등 사회 속 작은 금기를 상징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이 공간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금기를 눈앞에 보여주며, 사회적 금기가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했다.

  표지판 바로 옆에는 흰 운동화 한 켤레가 놓였다. ‘새 신은 밟아야 제 맛!’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인간관계, 예의 때문에 밟지 못한 누군가의 하얀 신발을 시원하게 밟도록 허락한다. 이게 사람 사는 방이니?’라는 엄마의 흔한 물음에 시원하게 라고 답하는 사람 사는 방이니? 에서는 정돈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없는 방을 구현했다. 전등 스위치를 계속해서 키고 끌 수 있게 하는 ‘ON & OFF’, 찢긴 교과서와 문제집을 쌓은 -등 전시물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에서 묵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했다.

'외왆되' 전시에 설치된 '관계자 외 출입금지' 포토존의 모습

  ‘(즐거울 락)’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OMR카드, 교과서, 명화에 마음껏 낙서하며 소소한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김예진(문과대 영문19) 씨는 아랫부분에는 절대 낙서하지 말 것이라는 익숙한 금기가 적힌 OMR카드에 마음가는대로 줄을 그으며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OMR카드를 성실히 작성해서 이럴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 말아야 했던 일을 하면서 어딘가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네요.”

  전시장 출구에는 신발 구겨 신기 등 각종 일탈의 모습을 담은 영상 엔딩크레딧이 관람객을 배웅한다. ‘엔딩크레딧은 전시장을 나간 후에도 외않되?’라는 질문을 하며 작은 일탈을 즐겨보자는 의미를 전하며 여운을 남겼다.

  파이빌 학생운영위원회 중 전시기획을 담당하는 스튜디오 아카이브팀원 정인하(정경대 정외17) 씨는 전시기획 의도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시 첫날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기뻐요. 관람객의 반응을 보니 지금까지의 노력에 보답을 받는 것 같아 정말 벅차요.”

플리마켓 'DUTY FREE SHOP'에서 학생들이 아기자기한 물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성가신 의무보다 에 집중하며

  파이빌 99카페 옆 공터와 2층 데크에서는 플리마켓 ‘DUTY FREE SHOP’이 열렸다. 아기자기한 열쇠고리와 책갈피, 달달한 마카롱, 외로운 밤을 달랠 보드카, 학교 풍경을 그린 엽서, 달짝지근한 소떡소떡까지. 플리마켓에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행복하게 할 물품이 놓여있었다. “직접 만든 물건들 구경하고 가세요!” 늘 쌓여있던 의무에서 짧게나마 벗어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활기찬 목소리를 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칭찬과 함께 연필을 주시곤 했는데 그 때부터 연필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화란(사범대 영교04) 씨는 본업을 잠시 뒤로 한 채 일생동안 모아온 연필을 판매대에 올렸다. ‘꼭지가 매력적인 연필’, 1950년대 생산된 터콰이즈(Turquoise) 연필’, ‘두꺼운 연필심이 매력적인 연필까지 이화란 씨의 연필에는 저마다 애정 담긴 이름표가 달려있다. “태어나기 전 생산된 연필들이 새 연필과 다름없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돼요. 그래서 더욱 연필에 애착이 갑니다.”

  연필 애호가를 지나친 후 만난 이하은(문과대 심리10)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과 함께하는 시간에 몰두했다. 그녀는 장미와 솔채꽃의 꽃송이가 잘 보이도록 정성스레 포장하고, 꽃이 쉽게 썩지 않게 하려 잎을 세심히 제거했다. “꽃 만지는 걸 좋아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꽃을 들고 플리마켓에 참여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며 특별한 하루를 보냈으면 해요.”

  수북하게 놓인 꽃다발 옆에는 원고지에 수놓인 아름다운 시 구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각각의 시 구절에는 원한솔(문과대 국문13) 씨의 추억이 담겨있다. “정지용 시인의 2’우리는 저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새벽에 할 일을 하다가 노트북에 붙인 이 구절을 보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어요.” 원 씨는 가까운 곳에서 감동적인 시 구절을 자주 보고 싶어 윤동주, 이상, 정지용 시인의 시 구절을 담은 곁에 두고 읽는 시스티커를 제작했다. “다른 분들도 시를 곁에 두고 저와 같이 감명과 위로를 느끼셨으면 해요.”

  컨테이너 밖에는 서정시와 대조되는 재치 발랄한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혹시 물어보신 분 계십니까? 죄송하지만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안 되면 되는 거 하자!’ 삐뚤지만 밉지 않은 말을 세상에 외치겠다는 목표로 모인 레터에잇(Letter8)’ 팀의 스티커 팩 문구다. ‘레터에잇팀의 정웅호(공과대 기계공학12) 씨는 열심히 고안한 문구들이 SNS에서 호응을 얻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애완동물 머리 위에 레터에잇경축!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함이라는 문구를 올려 사진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졌어요. 조금은 삐딱하게 전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아 뿌듯합니다.”

  플리마켓 행사가 막바지로 향해가는 3, 정진택 총장도 파이빌을 찾아 학생들과 어울리며 행사를 즐겼다.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스스로 제품을 만들고 구성원과 공유한다는 취지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활동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글 | 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 | 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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