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으로 이해되곤 하는 포퓰리즘은 경제적으로 복잡한 배경을 두고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15일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이종화 교수)중남미의 포퓰리즘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진행했다. 발제자인 김종섭(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권기수(한국외국어대 포르투갈어과) 교수를 비롯해 세미나에 참여한 16명의 학자와 학생들은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 정책이 등장하게 된 경제적 원인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악순환으로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종섭 교수는 ‘1970~80년대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 경제 정책의 배경과 효과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사회 불평등이 심했던 1970~80년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정부들이 재정 지출을 확대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포퓰리즘 정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라틴아메리카는 넓은 토지를 가진 대지주들이 강한 권력을 행사해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어려웠다.

  이에 정부들은 공기업의 수를 늘려 임금을 인상하는 등 재정 지출을 확대해 재분배를 이끌고 수요를 증대했다.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의 경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2~3년 뒤 물가 상승과 외채 위기를 일으켰다.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 정책의 양상은 몇 가지 단계로 설명될 수 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생산과 고용이 증가해 경제가 크게 성장하고, 국내 수요도 증대된다. 하지만 국내 생산이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수입이 증가하고, 정부의 환율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입에 필요한 외화가 부족해져 외환 위기가 닥친다. 결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김종섭 교수는 정책이 실패하자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쿠데타 등 정치 권력의 교체가 일어났다이후 들어선 정권도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하다 실패하는 악순환을 겪었다고 결론지었다.

15일 본교 아세아문제연구소 3층 대회의실에서 '중남미의 포퓰리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15일 본교 아세아문제연구소 3층 대회의실에서 '중남미의 포퓰리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우파 포퓰리즘 정권

  21세기에도 포퓰리즘을 내세운 정치 양상은 계속됐다. 특기할 점은 이전의 좌파 포퓰리즘과 대비되는 우파 포퓰리즘의 출현이다. 권기수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브라질에서 좌·우파 포퓰리즘 정권의 등장 원인과 주요 특징을 주제로 발제했다.

  권기수 교수는 2002년 당선된 룰라(Lula da Silva) 전 브라질 대통령의 좌파 포퓰리즘에 대해 분석했다. 빈민층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룰라 대통령은 각종 사회정책을 펼쳐 사회 불평등을 해소했다. 대표적으로 학교에 출석하는 자녀를 둔 빈곤층 가정에게 매달 수당을 주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권 교수는 안정적 경제성장과 사회정책이 브라질 중산층을 성장시켰다고 룰라 정부를 평가하면서도 늘어난 중산층의 기대에 걸맞은 의료 및 보건 서비스와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불만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기수 교수는 작년에 출범한 현 브라질 대통령인 보우소나르(Jair Bolsonaro)의 우파 포퓰리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브라질은 2016년 대통령 탄핵과 경기 침체로 위기를 겪었다. 이때 등장한 극우 성향 정치인 보우소나르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신자유주의 정책과 강력한 범죄예방 정책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다. 권 교수는 대통령의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신흥 정치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개혁을 성공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발제가 끝나고 주어진 토론 시간에 세미나 참가자들은 활발히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손유래(정경대 경제16) 씨는 김종섭 교수에게 IMF가 반복된 포퓰리즘 정책을 규제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김 교수는 ”IMF는 경제 정책에 관해 조언할 수는 있지만, 경제 위기가 닥쳐 국가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만 개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동희(문과대 한국사18) 씨는 포퓰리즘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고만 접했지 정작 포퓰리즘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다왜 중남미에서 포퓰리즘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볼 좋은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이종화 소장은 포퓰리즘이 전통적으로 심했던 중남미 국가의 정책들이 한국 사회에 어떤 시사점이 있을지 알아보고자 세미나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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