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에게는 실력과 더불어 인성이 중요하다. 해외에도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K팝 스타들에게 사회적 물의와 추문이 잇따르면서 인성교육이란 화두가 부상했다. 연예계에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은 유행의 변화나 창의력의 후퇴가 아니라 사고 한방이다. 2016년 제이와이제이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 2018년 카라 구하라와 남자친구 간 폭행 의혹, 올해 2월 유엔 출신 김정훈의 전 여자친구 임신중절 종용 사건...

  그리고 최근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정준영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 의혹은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룹 하이라이트(전 비스트) 용준형, 에프티아일랜드 최종훈, 씨엔블루의 이종현도 여기에 연루되어 그룹탈퇴와 은퇴를 선언했다. 영국의 BBC를 비롯한 외신도 ‘K팝 최악의 스캔들’, ‘섹스스캔들에 흔들리는 K등의 제목으로 이번 사건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올려놓은 한국 대중음악의 글로벌 열기에 이들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음악종사자들은 외국인들의 K팝에 대한 비호감을 우려하면서 가수의 도덕성과 인성의 부재를 개탄한다. 이렇다 보니 K팝의 인재양성과 관련해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되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학교마다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외부전문가 특강, 방과 후 학교, 진로 멘토와의 만남, 외부 관련기관 견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기획사의 연습훈련과 스케줄을 이유로 지망학생들이 요청하는 결석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 출석횟수가 줄어들면 인성교육의 부재는 불 보듯 훤하다. 하지만 이미 공부에 마음이 떠난 학생들을 무조건 입시과정에 묶어 놓을 수는 없다. 교과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 결석하지 않은예비예술가들을 위해 사외교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예기획사의 인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일련의 연예계 스캔들을 통해 기획사 관계자들도 소속가수들의 춤과 노래 실력, 언변에 못지않게 인격과 성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치고 인성교육 방침을 천명한다. 그런데 과연 기획사의 인성교육이 들인 노력만큼 성과를 거둘까. ‘더불어 사는 사회적 삶에 인성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인성은 한마디로 더불어 사는 힘과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의 동일한 목표를 가진 예비 연예인들이 모인 기획사보다는 서로 다른 인격체와 개성이 어우러진 학교 현장 즉 공교육현장이 더 인성교육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기획사는 인성은 물론 성교육, 자존감을 높이는 정서함양에 애쓰지만 연습생들의 성공이란 목표의식이 강한 나머지 인격수양의 분위기 조성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연예기획사가 차라리 MOU(투자협약) 체결 등 학교와 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연예기획사는 수익을 가져다줄 소속가수의 실력 배양 못지않게 두루 사회와 어울리는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다시금 공교육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자체적으로 인성교육은 쉽지 않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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