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은 전쟁 같은 한 학기의 시작을 알려주는 듯 언제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초 만에 한 학기 동안의 삶의 질이 결정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과정은 무엇보다 공정해야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를 위협하는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비일비재한 것이 대리 수강신청이다. 1초만 늦어도 실패할 수 있는 강의가 존재하는데, 여러 개의 강의를 수강신청 하려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먼 강의들은 상대적으로 늦게 클릭하게 된다. 그런데 인맥을 대동해서 동시에 수강하고픈 모든 강의를 클릭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매우 높일 수 있다. 물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픈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든 수강신청을 성공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치밀한 계산을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결국 실패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노력만으로 메꿀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히 불공평하다. 여기에 더해 접속자가 원래 강의를 듣고자 하는 사람 수보다 많아지다 보니 서버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결국 한 개인의 욕심을 채우고자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수강신청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는 이 뿐만이 아니다. 반드시 들어야하는 강의인데 수강신청에 실패한다면 돈을 주고서라고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이런 수요를 악용하여 듣지도 않을 강의를 신청해 되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바 강의 양도이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할 때와 똑같은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위는 엄연히 불법으로 규정되어있고, 마찬가지로 강의 양도는 부도덕한 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공정하게, 해당 강의를 수강하고픈 사람들끼리 경쟁하면 되는데 일부 사람들이 사욕을 채우고자 사회 전체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경매 방식으로 값을 매겨 말도 안 되게 높은 부당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등장하며, 동시에 경제 여건에 따라 수업을 못 듣게 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위이다. 교육현장에서조차 불법적인 경제력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서도 외면한다면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최효정(정경대 경제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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