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에 학교 내에서의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아마 수강신청일 것이다.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 정책은 선착순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잡지 못할 때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때,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를 사거나 다른 친구에게 부탁해 대신 수강신청을 부탁한다.

  대리 수강신청을 한 뒤에는 학번과 전공제한이 풀리는 전체 정정기간에 강의를 주고 받는다. 수강신청을 잘하는 사람에게 미리 부탁을 하고 만약 그 사람들이 성공하게 된다면 부탁한 사람이 그 사람과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 취소와 신청을 동시에 하게 된다. 나 또한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해보았다. 하지만 교환하는 타이밍을 노려 강의를 가로채가는 하이에나들이 몇 명 있는데 이런 상황 또한 겪어보았다.

  그럼 어떤 과가 이런 대리 수강신청이 많을까? 그때그때 개설된 강의 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는데 강의평이 좋은 교양강의와 문과 쪽이 제일 많다. 특히 상경계는 강의를 못들어서 졸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비상경계와 공대는 수강신청이 힘들지만 상경계만큼 힘들진 않고 이과대학은 거의 항상 여유롭다.

  이런 대리 수강신청이 나쁜 것일까?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학번마다 수강신청 기간이 다르다. 그래서 저학년보다 빠른 수강신청 기간을 가진 고학년들이 꿀강을 다 가져간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저학년은 자신에게 필요한 많은 인기강의를 듣지 못한다. 또한 많은 강의들은 선수과목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 학년에 맞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 강의순서가 꼬이고 최악의 경우 휴학까지 해야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번 학기에 일어난 경영학과의 강의대란을 통해서도 이 대리신청의 필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경영학과의 경우 강의들 대부분이 학년제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인원이 배치돼 4학년이 듣기 적합한 강의에 2학년의 비율을 상당부분 할당하였다. 이 때문에 4학년들의 대부분이 졸업을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저학년 아이디를 구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다. 이렇게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 고학번들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자신에게 필요 없는 강의를 신청한 후 그것을 팔아 학우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강의신청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한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런 점에서 대리신청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조성호(공과대 전기전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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