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에 김용균 씨가 숨진 기계장치와 작업환경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목숨은 구하였지만, 지난 2월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다. 대전의 무기 공장에서, 당진의 제철공장 등에서 3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비극이 되풀이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산재사고 발생건수와 위험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국내 산업재해자수는 89800여명에 달하고, 경제적 손실 규모는 22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자수의 72%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하청업체 종사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가 빈발하는 것은 노동안전을 위한 체계와 설비가 미비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이뤄지는 하청노동의 경우 노동현장에서 작업자 간 소통이 단절되고 소속감이 옅어서, 산재사고에 대비한 예방과 발생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큰 이유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꼽는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김용균 씨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됐다. 개정법률을 통해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 사고에 대해 그 책임을 원청기업에도 물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예전처럼 산재사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지 못하고, 원청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 법의 시행까지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서, 최근의 산재사고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원인으로 산재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재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인식을 넘어 외주화 자체가 위험을 야기한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국가의 노동현장이라면 작업자의 안전이 기본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도록 관계당국의 노력과 기업의 인식전환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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