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딛고 일어선 억만장자’, ‘푸른 정원에서의 성대한 파티’.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막상 개츠비의 말로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그는 첫사랑 데이지를 지키면서 발생한 오해로 정비공이 쏜 총에 맞고 죽는다. 개츠비의 장례식엔 그 많던 파티 참석자는 온데간데없이 친구인 닉 캐러웨이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심지어 데이지는 장례식을 외면한 채 남편인 톰과 여행을 떠난다.

  내용은 달라도 위대한 승츠비(승리+개츠비)’ 가수 승리는 자신의 별명처럼 개츠비의 말로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 제보자와 기자의 용감함이 개츠비를 관통한 정비공의 총알이 됐다. 일찍이 아이돌로서, CEO로서 얻은 명성은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자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클럽 버닝썬과 함께 빛을 잃었다. 이제 승리는 마약 유통, 성접대, 불법촬영, 경찰 유착 등 온갖 범죄 혐의에 중심에 선 피의자다.

  정비공의 총알은 화려한 파티 뒤에 숨겨진 개츠비의 어둠을 드러낸 후 땅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승리의 치부를 드러낸 총알은 승리게이트가 돼 여전히 궤적을 그리고 있다. 가수 정준영, 최종훈부터 클럽 직원, 유리홀딩스 대표 등 성범죄 모의가 이뤄진 승리 단톡방 멤버들이 그 총알에 치명상을 입었다.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온 연예인들이니 그들을 향한 대중들의 분노 또한 엄청나다.

  다만, 분노에 휩싸여 이번 승리게이트를 개개인의 범법 행위로만 비쳐서는 안 된다. 클럽 내에서 자행되는 성범죄, 탈세, 경찰과의 유착관계 등 본질적인 문제는 이제 막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승리게이트를 수사하는 경찰이 버닝썬 관계자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한 정황을 보인 만큼,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우리들의 주의 깊은 시선이 필요할 때다.

  현재 총알은 경찰총장이라 불린 경찰 관계자를 겨냥하며 날아가고 있다. 그의 정체는 클럽 카르텔과 경찰 간의 유착관계를 증명할 핵심이 될 것이다. 이 총알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악행의 뿌리 중 하나라도 제대로 뽑아내길 바란다.

 

김인철 사회부장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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