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며칠 전, 당산역에서 일반인이 취객을 제압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한 한 아저씨가 경찰의 지시를 무시하며 거칠게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 한 시민이 그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고 아저씨는 이내 진정하며 영상은 마무리됐다.

  처음 이 영상의 제목을 보았을 땐,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만 떠올랐다. 난동을 부리는 아저씨가 어떻게 제압당할지 내심 기대도 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포옹을 통한 제압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만약 그 시민과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과연 시민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수백 번 생각해봐도 용기 있게 나서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애초에 아저씨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달리 내가 취할 행동은 없었을 것 같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일화가 뉴스에 소개될 만큼의 이슈가 된 것은 우리 사회가, 우리가 차갑게 식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서도 이것은 일부 특별한 사례일 뿐 함부로 저런 시도 하지 마세요같은 댓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댓글을 읽을 땐 쓴웃음 지었지만 머리로는 반박할 논리를 찾지 못한 것을 보니 나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이 영상의 감동은 짧고 씁쓸함만 남은 이유이며, 저 세 줄의 시가 문학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도 깊이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홍정기 (사범대 지리교육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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