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법학도서관 2층 열람실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창문을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 문구가 부착돼있다.
본교 법학도서관 2층 열람실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창문을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 문구가 부착돼있다.

 

  개강의 기쁨도 잠시, 봄보다 먼저 찾아온 미세먼지는 하늘 곳곳을 누렇게 물들이며 학생들의 숨을 조이고 있다. 실내로 들어간다고 해도, 외부의 미세먼지가 건물 안으로 유입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다수의 학생들이 장시간 머무는 대형 열람실의 경우 공기 상태가 나빠지기 쉬워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백주년기념관, 중앙광장 지하 등 대형 열람실이 위치한 건물을 중심으로 본교 건물 내부의 환기시스템을 점검했다.

 

  중앙공조시스템 이용해 관리 중

 

  현재 본교 건물 내부의 공기 질은 중앙제어 공기조화시스템(중앙공조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창문을 통해 실내 공기를 환기하지만, 규모가 큰 본교 건물은 창문을 일률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또한 외부 공기 질 악화 및 냉난방 등의 이유로 창문이 장기간 닫혀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기계적 환기 방식인 중앙공조시스템을 기본적인 환기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때, 공기조화(air conditioning, 공조)란 실내 공기의 온도, 습도 및 청정도를 사용 목적에 따라 가장 최적의 상태로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대다수 건물의 중앙공조시스템은 각 건물의 기계실에 위치한 중앙공조기와 실내 천장에 여러 군데 설치된 흡기구, 배기구를 통해 공기의 순환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기는 풍도(風道)의 역할을 하는 덕트를 통해 이동하며, 공조기 내부에 부착된 송풍기가 공기에 압력을 가해 공기를 일정한 방향으로 순환시킨다. 천장에 부착된 흡기구를 통해 유입된 실내 공기가 중앙공조기를 통해서 외부로 빠져나가고, 외부의 공기는 공조기의 에어필터(air filter, 공기여과기)를 거쳐 정화된 후 배기구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구조다.

  중앙공조시스템을 관장하는 본교 시설관리팀은 현재 중앙공조기에 부착된 에어 필터를 주기적으로 세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설관리팀 직원 강동호 씨는 다수의 사용자가 밀집된 열람실의 경우에는 10일에서 2주에 한 번 세척하고, 일반 강의실은 대체적으로 3주에 한 번 세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열람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조기를 가동하며, 일반 강의실은 강의가 진행되는 낮 시간대에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미세먼지를 막기는 어려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각 건물의 기계실 담당 직원들이 필터의 오염 상태를 점검하며 공기 정화를 위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앙공조기의 필터 앞에 부직포 필터를 덧대 먼지가 추가적으로 걸러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유난히 공기 질이 좋지 않다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자체적으로 판단한 경우 전체적으로 공조기의 바람세기를 더 강하게 조정하기도 한다.

  백주년기념관의 경우에는 중앙공조시스템 외에 건물별 특성에 맞게 추가적인 대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그룹 스터디룸을 제외하고 열람실 전체에 창문이 없는 D라운지와 L라운지에 각각 2, 1대씩 공기청정기를 둬 공기 정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공조시스템을 통해 오염된 실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정화된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미세먼지를 비롯한 공해물질이 열람실 내로 유입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모든 건물에는 틈새 사이로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이 들어오는 침투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침투효과는 외부 공기 질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실외 대기의 오염 상태가 심한 경우 지상 건물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덧대는 부직포 필터가 미세먼지 저감에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대기환경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영민(경희대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부직포 필터는 공조량을 충분히 유지하기 위해 전처리용 필터(prefilter) 수준의 낮은 효율을 보인다미세먼지를 여과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실제 열람실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기존의 공조시스템만으로는 공기 질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하나스퀘어를 자주 이용하는 고성빈(생명대 식자경18) 씨는 시험 기간에 열람실에 오래 앉아있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모든 열람실에 공기청정기를 운영하고 가능하다면 실내 공기 상태를 보여주는 기계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설치 검토 중, 실효성은?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학교는 열람실에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중앙도서관(관장=김성철 교수)은 각 열람실을 대상으로 공기청정기 설치에 관한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학술정보열람부 직원 이문형 씨는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다 보니, 도서관 차원에서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공기청정기의 추가 설치를 위해 예산 담당 부서에도 지속적인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도서관 측은 도서관 자체 예산으로 리모델링 중인 중앙도서관 열람실 창문 방충망에 필터를 부착해 실외 미세먼지 유입을 막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공기청정기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단순한 설치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줄어들거나, 오히려 실내 공기 질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작년 1월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소장=신동천 교수)가 발표한 학교 미세먼지 관리목표 및 저감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필터의 교체시기를 놓치게 되면 필터에 세균이 포집돼 번식·배출될 수 있다. 실제로 과학도서관 4층 노트북열람실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의 경우 현재 필터 교체가 되지 않아 운행을 멈춘 상태다.

  효과적인 열람실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기정화장치 설치와 함께 공기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측정과 관리가 요구된다. 이문형 씨는 각 열람실의 정확한 공기 질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하기는 어렵다공기 질 측정을 비롯,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해 학교 전체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민 교수는 눈에 보이는 여과 필터뿐만 아니라 공기를 이송하는 덕트, 송풍기 등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덕트나 공기의 유입, 유출부에 센서를 부착해 공기 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ㅣ이선우·이정환 기자 press@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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