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5월 오혜영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 특임교수가 발표한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학생 2600명 중 74.5%가 불안증상에 대한 위험군 또는 잠재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살 위험군이나 잠재위험군에 속한 대학생도 14.3%에 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대 재학생 중 절반이 우울 증세에 시달린다는 서울대 평의회 연구팀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마음의 병 앓는 본교생들 많아져

  본교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본교 학생상담센터(센터장=고영건 교수)에서 본교 재학생 1866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우울감 조절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우울 집단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잠재적 취약 집단20%, 심리·환경적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스트레스 경험 집단14%였으며, 심리적으로 건강한 집단에 속하는 학생은 40%에 그쳤다.

  학생상담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학생 수도 꾸준한 증가 추세다. 20161453명이었던 상담 이용 학생 수는 작년에 1972명에 달했다. 문제는 심리적 위기에 처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학생의 가파른 증가다. 학생상담센터를 방문한 위기학생은 2016102명에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어 2018년엔 196명에 이르렀다. 본교 학생상담센터 김경희 상담교수는 최근 자해, 자살 생각이나 계획 등을 한 취약 사례가 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학생상담센터는 마음이 아픈 학생들에게 동행과도 같은 존재다. 본교 학생상담센터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심리검사, 개인상담, 집단상담 등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 범위는 대인관계, 학업, 진로, 적응, 정서, 습관 등 대학생의 다양한 고민을 고루 포함한다.

  학생들의 상담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작년 학생상담센터가 내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상담이 아주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59%,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38%에 달했다. 문과대 14학번인 A 씨는 주변에는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상담원이 문제에 공감해줘서 좋았다상담자를 통해 다른 이의 입장에서 내 고민을 객관화하고, 관점을 넓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력·공간 부족한 학생상담센터

  다만 늘어나는 상담 수요가 충족되고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심리적 문제는 방치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다른 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학기 초같이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접수 후 한 달이 넘어야 상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기가 정체된다. 문과대 13학번인 김모 씨는 작년 5월에 접수했는데 7월이 다 돼서야 상담 일정이 잡혔다며 안타까워했다.

  상담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주요 원인은 전문 상담 인력 부족에 있다. 상담을 신청한 학생은 접수면접과 심리검사를 먼저 받게 되는데, 이후 학생의 성향과 상태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상담원이 배정되면 서로 일정을 합의해 상담을 진행한다. 학생과 상담원의 성향뿐만 아니라 양측의 일정까지 한꺼번에 고려해야 해 상담 수요가 가중될수록 상담 인력 부족이 일정 지연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전국 대학교 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던 박제일(용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 최소 학생 2000명당 전임상담원 1명은 있어야 한다. 본교 학생상담센터의 전임상담원은 6명으로 재학생 5000명당 1명꼴에 머물고 있다.

  공간 부족도 문제다. 학교 본부는 증가하는 상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과학도서관 3층에 자연계 학생상담센터를 개소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집단상담실 하나 없이 3개의 상담실과 1개의 상담원실로 구성된 자연계 학생상담센터는 인문계 학생상담센터에 비해 4배 이상의 공간 차이가 난다. 집단 상담을 원하는 자연계 캠퍼스 학생은 중앙광장에 위치한 인문계 학생상담센터까지 방문해야 한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과 비교했을 때 본교 학생상담센터의 부족한 지원 문제는 두드러진다. 올해 2월 센터장으로 부임한 고영건 교수는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과 비교했을 때 규모, 인력, 예산 등의 측면에서 본교 상담센터가 밀리는 건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 따르면, 서울대 재학생은 접수 후 평균 1주 이내에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서울대는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대학생활문화원을 포함해 인문대, 공과대, 자연과학대 등 단과대 자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강대는 본교보다 재학생 수는 3분의 1 수준이지만, 전문 상담 인력은 우리와 비슷한 규모로 확보하고 있다.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는 상담교수 4, 전임상담원 1명 및 시간제 상담원 7명 외에도 10명이 넘는 수련생들이 업무를 보조한다.

 

  상담 필요 학생 위한 대안은?

  본교 학생상담센터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심리적 취약 정도가 높은 학생은 차례를 기다리지 않아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위기 상담의 경우 접수 즉시 개입이 필요하므로 박사급 상담 인력이 학생상담센터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

  작년에는 센터 자체 위기대응시스템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심리적 취약 상태에 있는 학생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교내 각 부처 직원들과 교원들에게 공유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앞으로는 위기 상담뿐만 아니라 일반 상담의 수요를 맞추고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 증상이 경미하거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고영건 센터장은 학생들이 상담 대기 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 모임조성을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학생상담센터 측은 불가피하게 상담을 바로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자구책도 제시했다. 김경희 상담교수는 우울하다고 혼자 있으려는 행동은 우울감을 만성화시킬 수 있다주변에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길 권한다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m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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