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10년을 넘게 학생인데도 매일 아침 등교를 위해 일어나는 시간, 이제는 과제라 이름 바뀐 숙제하는 시간은 여전히 고되다. 늦게 일어나는 여유를 즐기고, 여행을 떠났던 방학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이럴 때 성신여대 근처 숑디 인 오하라에서 온화한 식물들과 잠시 숨을 고른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 봄이 왔다며 유리천장을 톡톡 두드리는 봄비의 작은 노크 소리. 유리천장 아래서 햇빛을 기다리는, 든든한 벤저민 나무와 그를 둘러싼 푸르른 식물들은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싶었던 우리를 꼭 품어준다.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어느 여름날이었죠.” ‘숑디 인 오하라사장 김수형(35) 씨 는 아내와 함께했던 교토 여행의 추억을 꺼냈다. 오하라 마을의 한 사원에 다다른 그는 사원 한 가운데 있던 아름다운 실내 정원을 보고 황홀감에 빠졌다. “너무 감격해 여름날 뜨거운 말차를 마시면서도 전혀 덥지 않았어요.”

  김수형 씨는 오하라 마을의 정원을 떠올리며 3개월 동안 일반 한옥을 카페 형태로 바꾸고, 아내가 자 한옥 중앙에 놓인 정원을 가꿨다. “지인들은 새로운 모습의 카페에 걱정했어요. 하지만 손수 디자인한 건물 한 채를 가지고 싶었던 제 꿈과, 아내의 취미가 조화롭게 섞인 이 카페를 고집 있게 만들었죠.”

  자몽에이드 속 자몽과 사과 스콘 위에 뿌려진 사과도 사장의 꿋꿋함을 닮아 제 본연의 맛과 단단한 알갱이 형태를 잃지 않았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자몽 청과 사과 청 조각들은 생과일보다 더 아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과일 껍질을 직접 벗겨 수제로 청을 담아요. 이렇게 손길이 많이 가는 메뉴가 인기가 많더라고요.”

  정원을 수놓은 식물과, 아기자기한 조각상과 함께 따뜻한 햇볕 아래서 달콤함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지루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추억을 찬찬히 꺼내 볼 수 있다.

 

최현슬 기자 pur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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