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정치권에서는 ‘탓’ 공방이 한창이다. 지난 주 대정부질문에서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여당은 ‘보수정권 9년의 허송세월 때문’이라고 이유를 붙였고, 경제지표 악화 지적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전 정부에서 누적된 것도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대정부질문 뿐만이 아니다. 포항지진 원인 조사결과에 대해 여당은 ‘MB 정부의 지열발전사업 때문’이라며 책임에서 한 발 비켜 앉았다. 최근 미세먼지 이슈에 대해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전 정부의 경유차 보급 장려 정책 탓’이라고 했다. 이에 제1야당도 맞서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현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반발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어느새 출범 3년 차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누구 탓인지에 대한 여야의 논박이 위중한 국내외 현안의 본질은 아닐 테다.

  물론 표 한 장, 여론 하나가 아쉬운 정치권에서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가느냐는 중요하다. 또 누구 탓인지를 밝히는 것은 상대의 비판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이 될 수 있다. 당장 이 사안을 두고 논쟁하는 정치 당사자들에게는 그렇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네 탓 내 탓’하는 공방전을 이렇게 여유롭게 받아들이진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도 명확하다. 현 정부다. 아무리 정부와 여당이 전 정부에 책임을 미룬다고 해도 그 문제해결의 책임과 역할까지 전 정부에게 넘어가진 않는다. 변하지 않는 건, 밀려드는 국내외 사안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시점에선, 야당의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탓’의 방패가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보여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와 여야가 보여주는 책임 돌리기 다툼은 대정부질문 때도 텅텅 비어있던 국회 본회의장만큼이나 공허하다. 문재인 정부도 결국 누군가의 ‘전 정부’가 될 것이기에, 미래를 위한 정책과 현재를 위한 해법을 좀 더 선명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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