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 윤기 나는 새것과의 만남은 대체로 설렘을 동반한다. 반면 누군가의 손때와 흔적이 남은 중고품 혹은 수제품과의 대면은 상상의 즐거움까지 더한다. ‘이 책은 누구의 책장에 꽂혀있었을까’, ‘이 귀고리를 만들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들 말이다.

  고대신문 지면에는 3주 연속으로 캠퍼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의 이모저모가 속속히 담기고 있다. 이번호 신문에는 공과대에서 열린 플리마켓과 ‘이과대 플리마켓’을 공약한 이과대 학생회장 당선인의 기사가 실렸다. 확실히 최근 학내에서는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플리마켓’이 유행인 듯하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몇몇은 구하기 어려웠던 전공 책과 액세서리, 옷 등의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고, 몇몇은 사용하지 않거나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 적은 액수지만 수익을 얻게 됐다. 양 쪽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다. 물건은 보다 적절한 주인을 찾아 갔으니 일석삼조라 할 수 있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한 가지 결과가 더 있다. 그간 정들었던 물건을 구매한 사람이 자신보다 잘 어울리는 주인이 돼주길 하는 바람과, 어떤 이와의 시간을 공유한 물건인 만큼 더 소중하게 다뤄야겠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두 사람은 관계를 맺게 된다. 각기 다른 시기에 같은 물건과의 추억을 공유하는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인연의 끈은 얇으면서도 질길 테다. 타인의 삶과 점점 멀어지는 요즘,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송채현 취재부장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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