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국내 최초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영리병원 개원이 허가가 났다. 중국의 녹지그룹이 투자하고, 보건복지부의 승인 그리고 도지사의 허가까지 받아 올해 1월부터 개원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의 법정 개원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업계획서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정부의 승인과 도지사의 허가 과정에서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개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대상을 ‘외국인 관광객’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영리병원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에서 명시한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오히려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또,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 따르면 병원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법인은 병원을 운영한 유사 경험을 증명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의료사업 내용, 인력운영계획, 토지이용계획 등에 대한 자료는 있었지만 유사 경험을 증명할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이렇듯 녹지법인의 병원 개설 자격이 있는지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당시 정부는 사업 계획을 승인했고, 도지사는 최종개원허가를 내버린 것이다.

  영리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뒤흔들어 ‘의료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현실적으로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병원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이를 빌미로 영리병원은 점차 내국인 진료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은 의료시장에서 추가 수익이 가능해지고, 이는 ‘의료 공공성’이라는 큰 둑을 무너뜨리는 구멍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법체계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으며 보다 큰 정의인 ‘대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이다. 제주특별법 제307조에 의료법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충돌하지 않도록 <영리법인의 종류,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 요건과 그 절차를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 오는 26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청문회가 열린다. ‘의료 공공성’이라는 대의를 위협하는 제도를 대의 자체로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절차상의 정의를 회복하여 대의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이 우리 현실에는 더 가까이 있다.

 

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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