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장훈이 유행시킨 말이다. 서장훈 특유의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과 무심한 말투로 하면 더 와 닿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새내기 시절로 돌아가 친구 사귀느라 동분서주하던 나를 만나면 꼭 말해주고 싶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나만 빼고 다들 친해 보이는 동기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어보려고 이 모임, 저 모임 나가서 출석체크를 하기도 했고, 안면을 트면 마치 연락처 많이 따기 시합에라도 나간 듯이 연락처를 받아 저장했다. 인맥을 넓히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학회, 동아리에 가입해놓고 두세 번 나가다 그만두기도 했고, 술자리마다 참여해 시끌벅적하게 게임을 하며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며 공허함에 빠지기도 했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막막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참 서툴렀다.

  그리고 십 수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게 남아있는 대학시절 인연은 몇이나 될까? 자주 연락하고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만나는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열손가락 안에 꼽는다. 나머지는 경조사 때만 얼굴 보는 사이이거나 건너건너 풍문으로 소식을 듣는 사람들이다. 한때 분명히 꽤 가까웠는데도 지금은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사람도 있다.

  지나보니 인생에서 오래 두고 볼 좋은 인연은 한 번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인위적인 노력으로는 가까워질 수 없고 잠깐의 눈속임으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냉소적일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안달할 필요도 없다. 내게 어울리는 인연은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냥 내 방식대로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대로 내 삶을 살고 있으면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곁에 다가와 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스쳐갔다. 그 중에 지금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몇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허망해 하지 않아도 된다. 몇 안 되기에 귀한 것이고,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인연들이 수많은 시간을 지나고도 우리의 삶 속에 남아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이런 귀한 인연들을 찾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우리 평생의 숙제이자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새 학기가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의욕만 앞서서 사람들을 대할 때 몸과 마음에 과하게 힘이 들어가고, 그런 내 모습이 자꾸만 낯설고 부자연스럽다면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돌아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지. 나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될 때 좋은 인연도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다.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여러분과 관계를 이어갈 귀한 인연은 과연 누구일까.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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