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공 위에 올라가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가느다란 줄 위에서 발끝에 온 감각을 집중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이 왠지 익숙한 일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고, 인간관계도 잘 유지해야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여유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새로운 무대에 서는 사람처럼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며 이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떠안는다. 마치 세상이 나만 괴롭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 동화책 속 파란 공위에 서 있는 아이는 균형을 잡기 위해 열심이다. 아이가 올라갈 무대는 누군가에겐 대단해 보이는 공간이지만, 아이는 떨리고 고독하고 위태롭다.

  다 다른 길을 겪고 있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어쩌면 우리는 항상 혼자다. 방금까지 내 옆에 있었던 당신은 어느새 바삐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가 버렸고, 가끔 나만 혼자 당신들과 쌓았던 추억에 들락거린다. 당신의 SNS에 올라오는 글들과 카톡 프로필 사진, 그리고 프로필 음악으로, 당신의 삶이 어떤 지를 전해 듣고 예상하곤 한다. 앞이 컴컴한 무대는 꼭 미로 같아서 옆에 누가 있는지, 앞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 그런 아이에게 한 사람이 함께 해도 될까?”라고 손을 내민다.

  하지만 혼자 이루어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당신과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임을 안다. 우리는 같은 미로 안의 다른 길에서 출발해, 똑같은 고독을 겪다가, 미로의 끝에서 수고했노라고 인사하게 될 것임을 안다. 가끔 잘못 길에 들어 헤매고, 길을 몰라 답답해하고 뒤처지는 것 같더라도, 저 편에서 나와 같이 이 시간을 견뎌 내고 있을 당신이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이 미로의 끝에서 당신과 마주해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 열심히 당신을 만나러 미로를 헤쳐 나간다.

  너무나도 다른 우리들이지만, 서로 다른 색채와 서로 다른 모양이 만나 아름답게 완성되는 이 동화책 속의 서커스처럼, 우리의 세상도 결국엔 아름답기를 빈다. 그렇기에 무대 밖에서 서성거리었을 당신과, 무대 위에 오르려 밤잠을 설쳤을 당신과, 결국 무대 위에 올라 가장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줄 당신의 오늘을 늘 응원하고 있겠다.

  이 미로 같은 서커스의 끝에서,

  - 우린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을거야.

 

김민경(문과대 국문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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