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정책노력의 일환이다. 민간이 아닌 지자체가 참여하게 된 배경은 우리 지급 결제 생태계가 독과점적인 담합구조적 측면이 있는데다 카드사용이 과도하여 소상인들로서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은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사용에 익숙하다 보니 시장지배력이 미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점

차 가중되는 구도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에서 지차제 주도 페이정책이 출시된 것이다.

  그러나 당초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관주도 페이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결제서비스의 중간 역할을 하는 VAN, PG등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태의 참 여와 비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참여와 선택에 의해서 작동되는 시장에 궁극적 신뢰주체가 개입하면서 뜻하지 않은 시장마찰과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난다. 일단 소득공제라는 민감한 인센티브로 접근하는 부분부터 시끄럽다. 제로페이 자체의 혜택과 비용분담구조, 그리고 지급결제시장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을 둘러싼 논쟁도 외면하기 어렵다. 특정 계층에 대한 직접적 혜택 제공 시 당면하게 될 형평성 문제가 제로 페이라는 수수료 절감의 우회적 지원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납세자들과 직간접 참여기관들이 공히 부담해야 하는 범사회적 참여의 비용분담구조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제로페이 정착을 위한 추가 노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정작 문제는 소상공인 그룹의 비용절감 혜택에 비해 다수의 조정비용이 과다해지는 측면 그리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40%까지 제공되는 소득공제의 정당성과 복잡한 비용분담 구조가 지급결제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중시되는 편리성과 부가혜택면에서 시장연관이 제한된 관제 페이의 추가 인센티브 제공은 어렵다. 그래서 제로페이 정착을 위한 강력한 홍보와 지원책은 오히려 지원대상을 시장에서 더욱 분리시키는 부작용을 내포하게 된다. 결국 지불중개인들의 역할을 배제하여 얻어진 수수료 절감은 편의성 위주의 소비관행적 측면과 이해 관계자 위주의 생태계라는 엄연한 현실 제약에 비추어 볼 때 제한적 효과에 그 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관제페이는 성패여부에 관계없이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는 시장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공공부문의 개입에 관한 이슈이다. 시장마찰이나 실패로 파악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주도로 다양한 인센티브 설계를 통해서 정교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문제해결에 직접 나설 경우에 필연적으로 자원 배분상 가장 중요한 비용측면의 반영이 왜곡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둘째, QR방식의 지불은 한편 편리해 보이지만 이미 카드기반 간편결제서비스가 다수 출시되어있고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첨단 UI/UX가 강조되는 마당에 소득공제 인센티브 수단만으로 피력할 만큼 우월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해 현금사용이 선호되는 소상공인그룹과 관련하여 참여자들의 특성을 면밀히 반영한 또 다른 결제방식의 출현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

  셋째, 신용카드가 결제시장의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경쟁적 페이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공공기관인 지자체에서 제공하기는 벅차다. 소득공제외에 기존페이에 견줄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면 은행 등 공공기관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향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간편 페이가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출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합당하다. 90억 원에 달하는 제로페이 홍보비를 소상공인 혜택에 집중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접근이 자연스럽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모든 시장의 발전과 개선에 있어 조세기반의 공공부문 직접개입보다는 민간들 간의 경쟁과 참여확대를 통해 시장마찰 부분을 스스로 해소해나가는 개방생태계 조성이 바람직하다. 포용성장이라는 사회적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다수 출현되도록 레거시 체제의 전략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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