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는 게 힘이고 모르는 게 약인, 뒤죽박죽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대신문 기자의 직무란 무엇인지. 저기 저 이 아무개 기자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이라며 침 튀기고, 박 아무개 기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학내외 주요 사안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란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녀석 은 매주 신문만 잘 만들면 됐지 뭘이라며 툴툴거린다. 학생기자 저마다 생각은 다르지만, 그게 고대신문이 다. 1871<종단횡단> 글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에 생각이 각기 다른 이들의 입이 모였다. 하지만 의사 표명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입장문 게재를 앞둔 27일 아침, 고대신문 편집국은 전원 직무정지를 통보받았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대신문 기자의 직무는 왜 정지됐는지. 고대신문 편집국 28명은 언론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직무가 정지됐고, 28시간 만인 지난 28일 정오에 전원 복직됐다. 일방적 직무정지 결정의 부당함에 치를 떨어야 하는지,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함에 온몸이 떨려야 할지 채 결정도 못 내렸는데 말이다. 어떻게 훼손된지도 모르겠고 하루 새 어떻게 회복된지도 알기 힘든 언론 정신에 의해 학생기자의 신분이 좌우됐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대신문 기자에게 이런 일이 또 안 일어날는지. 2년 넘게 고대신문에 몸과 마음을 바친 학생기자는, 직무정지를 승인한다는 주간교수의 말 한마디에 더 이상 고대 신문이 아니었다. 그 어떤 절차와 상의 없이, 28명의 기자직은 임시 박탈됐다. ‘견제 없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 했다고 편집국장이 연행됐던 1952년의 고대신문도, 당국에서 단어 하나까지 검열해 기사를 삭제하던 군부 시절의 고대신문도 아닌데, 2019년의 고대신문은 커다란 생채기를 입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대신문 기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주지께서 상의 없이 자신을 내치어 상심한 중들이 많다. 그런데도 절집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꽤 큰가보다.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합시다’, ‘그 의견도 일리가 있네요따따부따 잘도 떠들어 댄다. 바람 잘 날 없는 편집국실에서 들리는 학생기자들의 시끌벅적 불협화음이 어째 온온하게 어우러지는 건, 자정하여 절을 바꾸겠다는 간절한 희망 때문일 것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 아닌가. 풋내기 고대신문 기자가 대관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기에 이런 알쏭달쏭한 글을 썼는지.

 

이준성 기자 m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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