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ラーメン)’은 ‘일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중적 와쇼쿠중 하나다. 와쇼쿠의 인기가 높아지며, 일본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재현한 다양한 라멘 전문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홍익대인근에 위치한 ‘하카타분코(博多文庫)’는 비교적 깊은 역사와 특별한 맛으로, 국내 일본 라멘 마니아들에게 익히 알려진 라멘 전문점이다. ‘라멘’은 메이지시대 개항으로 몰려온 중국인들이 먹던 ‘납면’에서 유래해, 이후 현지화를 거쳐 일본의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오랜 역사만큼 라멘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하카타분코는 후쿠오카 하카타(博多)지방에서 발원한 ‘돈코츠라멘(豚骨ラーメン)’을 전문으로 한다.

  입구에 드리워진 노렌(のれん, 상점의 출입구에 내걸어 놓은 천)은 영업 중임을 의미하는 일본 음식점특유의 신호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내부로 입장하자 주방에 있던 점원들이 일제히 일본어로 합창을 한다. 조촐한 가게 내부에는 혼자서도 부담 없이 앉을 수 있는 다찌석(카운터 바로 앞자리)과 2인용 탁자가 마련돼 있다. 한쪽벽면에 붙은 메뉴들은 모두 일본어로 적혀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주 작게 한국어가 병기돼 있다.

  “라멘 아가리마시타(라멘 완성됐습니다)~!” 점원들의 일본어 한마디 한마디가 일본풍의 인테리어와 함께 공간의 이국적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가게가 좁은 데다 주방도 완전히 개방돼 있어, 가게 안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모두 귓가에서 감돈다. 그야말로 일본 어느 동네의 라멘집에 들어와 격의 없는 식사를 즐기는 기분이다.

  “문고(文庫)는 글(文)을 보관하는 창고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를 문화(文化)를 보관하는 창고로 해석해 가게에 적용하고 싶었어요.” 하카타분코 김종윤(남·43) 대표는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 자체뿐만 아니라 알맞은 식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간의 디테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현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정통방식으로 48시간 동안 우려낸 돼지 뼈 육수도 하카타분코의 자랑이다. 육수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보여주듯, 이곳의 라멘에는 국물의 맛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토핑만이 사용된다. “우리는 한국에 ‘정통 일본라멘’의 개념이 미흡하던 시절 처음으로 정통 일본라멘을 들여온 가게예요. 현지 방식 그대로 정직하게 만들어낸 특별한 맛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이죠.”

 

박진웅 기자 quebec@

사진제공|하카타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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