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씨는 “와쇼쿠의 매력은 틀에 갇히지 않는 변화무쌍함”이라며 와쇼쿠의 특징을 설명했다.
일본 가정식의 기본은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다.
덮밥의 경우 섞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한다.
덮밥의 경우 섞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한다.

  “스시나 돈카츠처럼 유명한 일식이 일본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은 아니거든요. 일본 가정식이야말로 정말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먹고, 또 그만큼 일본의 문화가 많이 담겨있는 음식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에 온 지 올해로 10년째인 MACO(미조이 마키코(溝井万紀子)·34) 씨는, 한국 땅에 제대로 된 와쇼쿠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개인 자택을 활용해 일본 가정식 요리교실을 운영 중이다. “저는 일식의 요리 방법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문화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요리에서는 ‘식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만드느냐’도 무척 중요하니까요.” ‘일본 가정식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MACO 씨를 만나 와쇼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에서 일본가정식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국 유학 도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9년에 처음 한국에 오게 됐어요. 한국말을 못하는 상태로 타국에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었죠. 하루는 고국의 맛이 그리워 유명하다는 일식집에 갔는데, 제가 아는 맛과 너무 다른 거예요.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현지의 맛을 제대로 내는 일식집이 없었기에, ‘이럴 거면 내가 만들자’란 생각에 본격적으로 일본 가정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 주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취미로 요리를 가르쳐줬는데, 저 스스로도 가르치는 일이 점차 보람차고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3년 전인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제 개인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정식으로 수강생을 모집해 요리교실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저 자신도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엔 ‘와쇼쿠검정(和食検定)’에서 가장 높은 자격인 ‘Master of Washoku(와쇼쿠 마스터 자격증)’를 획득했어요. 와쇼쿠 마스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단순한 요리 실기뿐만 아니라, 와쇼쿠의 역사, 지역별로 상이한 와쇼쿠의 종류, 와쇼쿠에 쓰이는 식재료의 맛과 용도 등 다양한 이론적 지식을 익혀야 해요. 확실한 공부를 마치니 저도 수강생들께 더 많은 요리지식과 문화적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게 되더라고요. 또 타국에서 일본 전통음식문화를 전파하고 계승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었죠.”

 

  - ‘와쇼쿠’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와쇼쿠’라는 건 일본의 전통음식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에요. 기원이 서양에 있더라도, 일본인에 의해, 일본에 맞게, 변화한 음식이라면 와쇼쿠라고 할 수 있어요. 오므라이스(オムライス) 와 카레라이스(カレーライス) 등이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죠. 현재도 많은 외국 음식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와쇼쿠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틀에 갇히지 않는 ‘변화무쌍함’은 와쇼쿠의 매력 중 하나죠.

  또, 같은 재료라도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소바(蕎麦) 같은 경우에는 시원하게 먹을 수도 있고, 추운 겨울에는 우동처럼 뜨끈한 국물과 함께 먹기도 해요. 보통 국수에 들어가는 하얀 소면도 여름이 되면 차갑게 해서 쯔유(つゆ)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죠.

  특히 제가 가르치고 있는 일본 가정식의 주제는 ‘어머니가 아이를 위해 해주는 음식’이에요.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담아 준비하고 차린 음식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선 ‘누구나 집에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일본 가정식’인거죠. 거기다 ‘가정식’이기 때문에, 여타 와쇼쿠에 비해 요리에 있어 획일화된 규칙이 없어 요리자의 손맛과 개성에 따라 자유로운 맛을 낼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에요.”

 

  - 일본 가정식만의 독특한 문화도 있을까요

  “일본은 식(食)예절이 상당히 엄격하고 까다로워요. 특히 일본 가정식의 경우 엄격한 위계와 질서를 강조하던 사무라이 계급에서 비롯돼 더욱 예절이 강조돼요. 우선 젓가락은 꼭 젓가락 받침 위에 가로로 올려놔야 해요. 젓가락질 문화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이 밥 위에 젓가락을 꽂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일본 식문화에선 기본적인 매너에요. 젓가락으로 반찬 그릇을 끌어오거나, 음식물을 주고받는 행위도 실례로 간주되므로 하지 않아야겠죠.

  접시에서 음식을 비벼 먹는 행위도 실례가 될 수 있어요. 밥과 재료를 비비는 게 익숙한 한국의 정서와는 꽤 다르죠. 일본인은 요리 그대로의 모양을 중시하기 때문에, 덮밥 같은 경우도 젓가락을 사용해 밥과 건더기를 따로 먹어요. 또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입안에서 꼼꼼히 음미하죠. 한식이 많이 알려지며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이런 이유로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은 지금도 일본사람들이 다소 거부감을 갖는 편이에요.”

 

  - 현재 한국에서는 와쇼쿠가 인기입니다. 와쇼쿠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확실히 한국에서의 와쇼쿠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실감해요. 1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랑 비교하면 일식당 개수도 엄청나게 증가한 데다, 요즘은 한국 사람들은 일식을 일상적으로 소비하잖아요. 또 한국의 일식당끼리도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현지의 맛을 똑같이 재현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와쇼쿠 붐이 반갑죠. 어디서나 고국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일본 음식과 한국 음식은 기본적으로 많이 닮았어요. 일본 가정식의 기본은 이치쥬산사이(一汁三菜), 즉 ‘한 명당 밥 하나, 국 하나에 반찬 3개’의 구성이에요. 한국도 밥과 국, 그리고 반찬 서너 가지로 한 끼를 먹는다는 점에서 닮았죠.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도 유사해요. 재료의 선호도나 사용되는 방식에서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주로 활용되는 채소나 생선류는 비슷하죠. 이렇게 와쇼쿠는 한국 음식과 비슷하면서도 새롭고 다양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것 같아요.”

 

  - 앞으로 목표로 하시는 바가 있나요

  “일본에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서 김장을 도우러 한국에 오신 적이 있었어요. 남편도 일본말을 못하고 어머니께서도 한국말을 못하니까, 제가 중간에서 통역을 하지 않고는 소통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김장을 시작하니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느꼈죠. 배추, 마늘, 고춧가루 같은 재료는 한국과 일본에 모두 흔히 쓰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맛이 너무 짜거나 매우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맛이 좋으면 표정이 확 펴지는 것도 같잖아요. 그때 ‘요리라는 매개가 있다면 서로 다른 문화권의 두 사람이 충분히 소통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요리교실의 이름을 ‘MACO NO HASHI’로 지었어요. ‘하시(はし, HASHI)’라는 단어는 젓가락(箸)이라는 뜻과 다리(橋)라는 뜻을 모두 갖고 있어요. 젓가락은 밥을 먹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고, 다리는 서로 떨어진 두 개의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체죠. 저는 늘 ‘和食を通じてはしをかける(와쇼쿠를 통해서 하시(젓가락, 다리)를 놓는다)란 목표를 가지고 요리 수업에 임하고 있어요. 제가 일본가정식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저도 수강생 분들을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많이 배우거든요. 지금은 소규모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더 큰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식문화를 공유하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튼튼한 다리를 놓고 싶습니다.”

 

박진웅 기자 quebec@

사진제공|MACO NO H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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