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20:55 (수)
어느 순간 사채까지 … 20대 청춘 흔드는 사기범죄
어느 순간 사채까지 … 20대 청춘 흔드는 사기범죄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9.04.0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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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사기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 전체 범죄 수는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수법이 고도화된 사기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더군다나 20대 대상의 사기범죄 피해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는 중이다. 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사기를 당하는 건 나이, 지식과 크게 관련 없다”며 “사기범죄는 제도적 예방이 어려운 만큼 조심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도화되는 사기범죄, 20대 위협해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해에만 총 24만1642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했다. 형법범죄와 특별법범죄를 합친 전체 범죄182만4867건 중 약 13%로 인구 10만 명당466.7건 일어난 셈이다.

  사기범죄 수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5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2015년 25만7620건이 2017년24만 1642건으로 약 1만5000건 줄었을 뿐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2017년 전체 범죄 수가2016년 대비 9.3%, 2007년 대비 20.3% 감소한 것에 비춰봤을 때 특이한 현상이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사기범죄가 줄지 않는 것은 사기범죄 수법이 고도화돼 수사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기범죄 피해자 중 20대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2014년 사기범죄 피해자 중 16.2%를 차지했던 20대는 2015년 17.8%, 2016년 18.2%, 2017년 19.3%로 비중이 증가했다. 3년 새 3.1%p나 늘어난 것이다. 법무법인 거산 신중권 변호사는“최근 사기범들이 20대를 주요 대상으로 설정해 결혼자금 등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 덫에 걸리는 궁핍한 20대

  전문가들은 “경제상황 악화가 20대를 사기범죄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대근 박사는 “사기범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며 “사기 피해자는 ‘일확천금’을 바라서가 아니라 삶이 궁핍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말했다.

  특히 구직시장이 비좁아지면서 ‘취업 알선 사기’가 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알선해준다고 하면서 금전·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기 유형이다. 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대표변호사는 “20대 대상 사기 피해액수가 가장 큰 경우는 취업사기”라며 “어떤 기업에 채용해준다는 식으로 속여 거금을 가로챈다”고 말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역시 20대를 사기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법무법인 주원 김진우 변호사는 “이제는 취직하기도 어렵고, 취직해서 버는 소득으로는 집 한 채 사기도 어렵다”며 “투자가 아니면 제대로 소득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 암호화폐 투자가 유행이었을 때도 관련 사기 범죄에 휘말린 20대 피해자가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과 비교해 성행하진 않지만, 다단계 사기 역시 여전히 골칫거리다. 다단계 회사는‘적은 노동 높은 소득’으로 20대를 유혹한다. 하지만 대개 정상적인 상품과 유통망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가입비 장사’로 수익을 올린다. 다단계에 빠진 20대는 결국 가입비만 뺏긴 채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승우 변호사는 “다단계 회사들은 처음에 가입비를 요구한다”며“소득과 자산이 별로 없는 20대는 가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단계 회사가 주선한 사채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통장을 주셔야...” 20대 엄습하는 금융사기들

  과거에는 지인에 의한 금융사기가 많았지만, 최근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다중 대상 금융사기’가 늘고 있다. 저금리대출을 내세우는 보이스피싱, SNS를 해킹하고 지인으로 위장해 접근하는 메신저 피싱 등 다양한 사기 유형이 있다.

  사기범죄가 전자통신기기를 통해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20대가 금융사기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미 연구원은 “예전에는 은퇴한 연령대가 주된 사기 피해자였지만 최근에는 다중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 20대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20대 피해 건수, 금액은 상당하다. 2018년 기준으로 피해건수와 금액 각각 4442건과 245억 원이다. 또20~3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6년 637억 원, 2017년 768억 원, 2018년 915억 원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다.

  특히 20대는 아르바이트 제안을 가장한 금융사기에 취약하다. 재택아르바이트 모집에 응했는데, 현금인출책, 자금세탁책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기범은 ‘물품 판매대금을 대신 받아 전달해줄 사람을 모집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모집해 범죄에 이용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5월~8월 간 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자 중20대가 26.9%로 가장 많았다. 이에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은 “계좌번호를 빌려주면 검은돈이 오가는 데 빌려준 통장이 쓰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통장을 대여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게다가 범죄에 계좌가 연루될 경우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 본인 명의의 전자금융거래 제한이 생길 수 있다. 이승우 변호사는 “범죄에 본인 계좌가 연루된 사기 피해자의 경우 위법을 저지른 것이기에 쉽게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진다”고 통장 대여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혼나더라도 부모와 함께 해결해야

  20대는 사기를 당해도 부모님에게 잘 알리려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모님에게 크게 혼이 날까 두려워해서다. 또 최초 피해액수는 대개 많아야 몇백만 원 선이기 때문에 자력으로 구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이러한 대응이 사기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스스로 사기피해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사채나 불법업체로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승우 변호사는 “사기를 당했을 때는 아무리 혼나더라도 일단 부모님께 말해서 그 선에서 끝내는 게 맞다”며 “혼자 감당하기 위해 사채를 쓰고 불법업소에 취업하는 사례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사기범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사기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사기범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변제하느라 남은 돈이 없으면, 뒤늦게 조치한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 게다가 사기범은 쉽게 돈을 탕진할 가능성이 커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진우 변호사는“계약서를 마련해 두진 못했더라도 돈이 오고 간 정황을 기록해두면 추후 대응에 도움이 된다”고도 조언했다.

  통념과 달리, 금융사기에 당하는 것은 금융지식과 큰 상관이 없다. 따라서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20대 역시 부족한 금융지식이 아니라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금융사기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학생 44.7%는 보이스피싱 피해대상이 60대 이상 노년층일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2018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젊은층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전체의 24%로 노년층 19.8%를 상회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에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선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1.8로 평균 62.2와 큰 차이가 없었다. 30~50대도 63~65선으로 20대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김은미 연구원은“금융사기는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는 안 당하겠지’하는 생각 때문에 당하는 것”이라며 “언제든 금융사기를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김태훈 기자 foxtrot@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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